미국에서 올해 상반기 노동조합 설립 시도 건수가 최근 7년래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인력난을 틈타 노동자들이 발언권 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2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노조 설립 청원서를 제출한 사업장은 1411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급증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1465곳을 기록한 2015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NLRB에 청원서를 제출하는 것은 노조 설립 절차의 첫 단계로 미국에서 노조를 설립하려는 시도가 그만큼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원서가 NLRB 심사를 통과하면 사업장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노조 설립 여부를 묻는 투표를 진행하고 가결되면 NLRB로부터 공식 노조로 인정받게 된다.
WSJ는 ‘일할 사람보다 구직 회사가 더 많은’ 고용 시장의 상황이 노조 설립 시도가 급증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인력난이 노조에 대한 노동자들의 시각을 우호적으로 바꾼 것도 한몫 했다. 지난해 진행된 갤럽 조사에서 1965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인 응답자의 68%가 ‘노조에 우호적’이라고 답했다. WSJ는 “애플과 아마존·스타벅스 등 대기업에서 올해 노조 설립이 잇따른 것도 친(親)노동 기조가 퍼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노조 설립 확산이 결과적으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헨리 파버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노조 설립이 인건비 증가로 이어지면서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고용을 줄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