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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1%P 인상 확률 40%대로 치솟아…'R의 공포' 더 커졌다 [美 6월 물가 9.1% 폭등]

에너지값 42% 식품 10% 상승

소득 10만달러 이상 응답자 68%

"향후 6개월 내 경기침체 올 것"

캐시 우드 "연준, 긴축 멈춰야

금리 인상 행보는 실수하는 것"

12일(현지 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주유소 가격 안내판에 프리미엄 휘발유가 갤런당 5.19 달러로 표기돼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9.1%(전년 대비)로 4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도 그 만큼 커졌다.

애나 웡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7월 들어 기름 값이 하락한 점을 들어 6월 CPI 수치를 비중 있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만 연준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고강도 통화 긴축을 예상했다. 시장조사 업체 엘리스의 린제이 벨 최고투자전략가는 “연준이 고강도 긴축 스케줄을 고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9%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넘어 한 번에 금리를 1%포인트나 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될 수 있다. 실제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분석하는 도구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0.75%포인트 올라갈 확률은 13일(현지시간) 현재 88.2%를 기록했다. 자이언트스텝을 뛰어넘어 1%포인트가 올라갈 확률도 11.8%를 나타냈다.

6월 물가 지표를 뜯어보면 주로 에너지 가격이 영향을 미쳤다. 5월 전년 대비 34.6% 급등한 에너지 가격은 6월에 41.6%나 폭등하며 전체 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5월에 10.1% 올랐던 식품 가격도 6월에 10.4% 오르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CPI 발표 전 미 백악관도 치솟은 인플레이션 수치의 후폭풍을 미리 잠재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국장과 서실리아 라우스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은 12일 CNN에 “6월 CPI 수치는 지난달 중순 이후 휘발유 가격의 실질적인 하락을 크게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며 6월 CPI가 이미 ‘지난 이야기’임을 부각했다. 전날인 11일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이 “6월 보고서는 후행적이고 시점이 뒤처진 것”이라고 수치의 의미를 축소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백악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경기 침체 우려는 갈수록 확산하는 분위기다. 미국 소비자들 대다수는 이미 경기 침체가 가까이 있다고 느낀다. 개인 재정 전문 금융 사이트인 매그니파이머니가 2082명의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는 이미 미국이 경기 침체로 향하고 있다고 봤다. 응답자의 59%는 경기가 향후 6개월 이내에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1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들의 경우 6개월 내 경기 침체를 예상하는 응답 비율이 68%에 이르렀다. 경기 침체를 예상하는 응답자 중 88%는 침체 징후를 ‘인플레이션’에서 찾았다.

매그니파이머니의 맷 슐츠 최고신용분석가는 “가장 문제가 되는 사실은 응답자의 3분의 2 이상(68%)이 다가올 침체에 대비한 재정적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라며 “특히 소득이 3만 5000달러 미만일 경우 그 비율이 80%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가계 불안은 곧 소비 감소를 의미한다. 투자자문사 제번스글로벌의 설립자 킹즐리 존스는 “인플레이션 여파로 소비자 심리가 악화했다”며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질지 여부는 실제로 소비자 수요의 강도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휘발유 가격 하락을 반영해 7월 이후 둔화할 인플레이션 수치보다도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밟을 자이언트스텝이 소비자 수요를 얼마나 감소시킬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브라이언 닉 누빈 수석투자전략가는 “연준과 다른 중앙은행들은 여전히 물가 잡기에 집중하고 있지만 다른 모든 지표는 더 이상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주요 관심사가 돼서는 안 되며 성장 둔화에 대해 더 걱정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둔화를 경고하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경기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구리 가격은 3월 한때 1만 달러를 넘었지만 이날 7500달러 대까지 떨어졌다. 그동안 구리 가격을 낙관적으로 전망해온 골드만삭스그룹은 경기 침체를 이유로 향후 3개월간의 구리 가격 전망을 톤당 670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이전 전망치는 8650달러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유럽이 광범위한 가스 부족 사태를 맞을 경우 구리 가격이 450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작 시점인 2020년 3월보다 낮은 가격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 인상 행보를 멈춰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이날 투자자 웹캐스트에서 “만약에 연준이 멈추지 않는다면 정책적으로 완전히 뒤바뀐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며 “시장은 연준이 지금 실수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내세우는 근거는 달러 강세와 쌓인 재고, 국채금리 등이다. 그는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달러 인덱스가 올해 두 자릿수로 상승했다”며 “이는 이미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강달러가 미국 내 수입물가를 끌어내린다는 뜻이다. 유가가 20% 이상 하락하고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3%를 넘기지 못하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이어 “재고가 많은 만큼 공격적으로 가격을 낮춰 인플레이션을 완화할 수 있다”며 연준이 인플레이션보다 침체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경기 침체가 이른 시일 내에 닥칠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로니 워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1·2분기에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를 기록해도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경기 침체를 선언할 것 같지 않다”며 “NBER가 중시하는 데이터 중 급여, 실질 개인소득, 실질 국내총소득이 모두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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