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군포시에 거주하는 김 모(30) 씨는 강남 소재의 한 클럽을 다녀온 이후 심한 기침을 했다. 코로나19 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이후에도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기침에 피가래가 묻어나왔고 온몸에는 근육통이 생겼다. 시간이 지나자 어지럼증과 발열도 동반돼 일상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김 씨는 “강남 클럽을 다녀온 사람들 중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다수 있어 그곳에서만 발생하는 감염병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14일 서울경제 취재에 따르면 서울 강남 소재 클럽을 다녀온 후 객혈(혈액이나 혈액이 섞인 가래를 기침과 함께 배출하는 증상)·어지럼증·근육통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해당 질병이 코로나19와 무관하고 유독 강남 인근의 클럽에서만 발생하면서 이른바 ‘강남 역병’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실제 최근 ‘클럽365’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강남 역병에 걸려 고통스럽다는 게시물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최근 강남에 위치한 클럽을 다녀왔다는 A 씨는 “클럽을 다녀온 뒤 급격하게 몸 상태가 나빠졌다. 독감에 준하는 수준”이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마찬가지로 강남 소재의 클럽을 다녀온 뒤 몸이 나빠졌다는 B 씨는 “강남 역병은 실제 존재했다”며 “열과 식은땀이 나고 누군가에게 맞은 것처럼 온몸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강남 역병은 세균 중 하나인 ‘레지오넬라 병’일 확률이 높다. 레지오넬라는 여름철 에어컨 등에서 발생하는 물분자에 올라타 공기 중에 퍼져 사람들을 감염시킨다. ‘강남 역병’ 증상자와 유사하게 객혈과 발열, 오한, 근육통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며 면역체계가 나쁘거나 흡연을 하는 사람일 경우 감염위험이 높다. 다만 사람 간 전염은 이뤄지지 않는다.
클럽 내 에어컨 등 냉방시설의 위생 관리가 되지 않아 레지오넬라균이 발생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만약 한 클럽 안에서 계속해서 같은 환자가 발생했다면 해당 장소의 에어콘 등 냉방시설 위생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아 레지노엘라 균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며 “호흡기 전문가에게 검사를 받으면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치료가 가능한 만큼 관련 증세를 가진 환자는 빠르게 내원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동일 증세를 호소하는 환자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만큼 지자체는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우선 관련된 클럽 담당자에게 에어컨 등 냉방장치 위생관리에 유의하라고 요청을 할 계획”이라며 “이후 공식적인 점검은 일정을 확인한 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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