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를 두고 정면 충돌한 것은 두 상임위가 각각 경찰국과 언론·방송을 소관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 특히 과방위는 여야 지지자들이 동시에 개혁을 원하는 분야여서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과방위는 여론에 민감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등 언론 정책을 담당한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시절 종합편성채널 탄생을 거론하면서 “과방위 확보는 곧 여당의 언론·방송 장악 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공영방송 세월호 보도에 불법 개입했던 자당의 부끄러운 역사를 먼저 되돌아보길 바란다”면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KBS 보도에 개입했던 일을 상기시킨 것이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등 언론 개혁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가장 먼저 통과시켜야 할 입법 과제로 꼽아왔다. 지난해 9월 중도층 이탈 등의 우려에도 당 지도부가 언론중재법 단독 처리를 추진하다가 청와대의 이례적인 개입 등이 작용해 가까스로 접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과방위위원장 몫까지 여당에 내주면 지지자 이탈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민주당 내에 팽배하다.
반면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5년간 기울어진 언론의 자유·독립성을 회복하기 위해 과방위는 자신들의 몫이 돼야 한다는 논리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공영방송) 사장 임명권이 대통령한테 있지만 대다수를 차지한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들이 사장 말을 듣겠느냐”며 “여당이 어떻게 방송을 장악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사퇴 압력을 근거 삼은 민주당의 언론 장악 공세를 반박한 것이다.
행안위 쟁탈전은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설치가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경찰 장악 의도를 드러낸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려면 행안위는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검찰청을 소관하는 법제사법위원회를 국민의힘 쪽에 내어준 상황에서 경찰까지 야당에 넘겨서는 안 된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전 정권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여당의 입김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도 반영됐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가 기능과 조직의 근본에 해당하는 행안위는 늘상 여당이 맡아왔다며 이번에도 당연히 자신들의 몫이 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경찰국 신설은 곧 치안본부 체제로의 역주행’이라는 민주당의 명분에 대해서도 반박하고 있다.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입법권을 장악했던 것처럼 경찰도 장악할 수 있다는 생각은 틀렸다. 그런 시대는 불가능하다”며 “여당이 경찰을 통해 기본권을 위협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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