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강경파)’들이 이달 기준금리 인상 폭은 0.75%포인트가 적정하다는 의견을 잇따라 내놓았다. 평소 금리 인상 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 시장을 긴장시켜 온 이들이 오히려 ‘울트라스텝(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시장이 전망하는 1%포인트 인상 확률도 빠르게 줄고 있다.
14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이날 한 행사에 참석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고려해도 75bp(1bp=0.01%포인트)를 올리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6월 CPI가 9.1%로 치솟으면서 시장에서 1%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고조된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월러 이사는 지난해부터 연준이 테이퍼링(자신 매입 축소) 속도를 두 배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연준 내 신진 매파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연준이) 과잉 대응하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75bp 인상이면 충분하다고 역설한 것이다.
그는 다만 “26~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에 나오는 소매 판매나 주택 부문 데이터가 높게 나온다면 지금 소비 수준이 인플레이션을 낮출 만큼 충분히 줄어들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에 더 큰 인상 쪽으로 기울 수는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현재로서는 6월에 이어 0.75%포인트 인상을 선호하지만 상황에 따라 1%포인트를 올릴 여지도 남겨둔 것이다.
월러 이사는 “75bp 인상도 거대한 것”이라며 “100bp를 인상하지 않는다고 해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연준 내 전통적 매파로 손꼽히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공개된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7월 중 1%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FOMC가 생각하는 장기적 중립 금리는 2.5%기 때문에 75bp 인상이 나은 선택”이라며 사실상 1%포인트 인상에 선을 그었다.
연준 인사들의 잇단 발언에 시장도 반응하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7월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1.0%포인트 오를 확률은 전날 80.3%에서 이날 48.8%로 떨어졌다.
다만 미국 경기지표가 예상보다 견고한 점은 금리 인상 ‘보폭’에 대한 연준의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드는 요인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6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1.0% 증가했다. 당초 월가 전망치인 0.9%보다 미국의 소비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 부문이 강세를 나타내면서 연준이 자이언트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 이상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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