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15일 “지정학적 상상력과 전략적 사고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며 김동기 변호사의 ‘지정학의 힘’을 언급했다. 문 전 대통령은 “현 정부 인사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라고도 했다. ‘가치 외교’를 주창하는 현 정부의 외교 노선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을 두고 이념 대립이 커지는 현시점에 냉전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난 남북 관계를 주장하는 책을 현 정부에 추천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지정학은 강대국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지정학적 위치는 우리에게 숙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반도의 지정학을 더 이상 덫이 아니라 힘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저자인 김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미국 변호사로 활동 중인 국제 문제 전문가다. 그는 책에서 1972년 미국과 중국이 우호 관계를 맺고 2018년 다시 대립 구도로 전환된 것은 지정학적 접근에 따른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이 북한과 국교 정상화를 주저하는 배경도 이념 차이가 아니라 지정학적 관계 탓이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국제사회는 이념이 소멸했지만 한국 사회는 냉전적 도식과 틀에 갇혀 남북 관계와 외교정책이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대북 문제를 둘러싼 대외 관계를 ‘지정학적 인식 틀’로 봐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문 전 대통령은 ‘짱깨주의의 탄생’이라는 책을 추천하며 “이념에 진실과 국익과 실용을 조화시키는 균형된 시각이 필요하다”고 한 바 있다. 당시에도 정치권은 미국의 대중 강경 노선에 동조하는 듯한 현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편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는 12일 SNS에 “비 오는 아침 독서 삼매경 중”이라며 문 전 대통령이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에서 ‘지정학의 힘’을 읽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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