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서방의 원유 제재에 맞서 자체적인 원유 기준가격(벤치마크)와 거래 플랫폼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최근 국제 사회가 러시아의 자금줄을 죄기 위해 '유가 상한제' 도입을 추진하자 이에 맞서 직접 유가를 통제하고 자유로운 원유 거래가 가능하도록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블룸버그는 관련 문서와 러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 정부 주요 부처와 정유사, 중앙은행이 10월부터 국영 플랫폼에서 원유 거래를 시작할 것”이며 “내년 3~7월 사이까지 원유 기준가격을 수립할 수 있을만큼 충분한 거래량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 과정에서 러시아가 자국 석유를 구매할 해외 파트너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지난 10여 년 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북해산브렌트유(BTI)·두바이유 등과 같은 기준가격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대러 제제가 이어지자 외부 압력에 상관없이 거래할 수 있도록 자체 벤치마크를 향한 야심이 더욱 강해졌다는 것이 블룸버그의 설명이다. 통신은 러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주요7개국(G7)의 가격상한제 추진이 오히려 자체 벤치마크의 필요성을 방증했다”고 설명했다.
서방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로 현재 우랄유는 수요가 급감해 염가에 거래되고 있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브렌트유와 우랄유의 배럴 당 가격 차이는 연초 1~2달러에서 지난 주 약 32달러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한 탓에 크렘린궁의 수익은 그대로라는 점에서 제재의 한계가 지적 받아왔다.
이에 지난달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G7은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 도입에 나섰다. 배럴당 약 40~60달러 수준의 상한선을 설정해 고유가 문제를 해결하고 러시아의 원유판매수익에 직격타를 입히겠다는 방침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15~16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동참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며 참여국을 늘릴 계획이다. 그는 회의에 앞서 14일 “인플레이션이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높다”며 “러시아 원유가격 상한제가 인플레이션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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