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로부터 전당대회 출마 불허 통보를 받은 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이 15일 국회 ‘밖’에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유력 당권 주자인 이재명 의원을 향해서는 “이번 전대는 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며 강하게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전 위원장은 당초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려 했지만 박 전 위원장을 대신해 기자회견장을 대관하고 함께 배석할 국회의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통관 기자회견장은 현직 국회의원 또는 당 대변인만 예약이 가능하다. 그러자 박 전 위원장은 소통관을 대신해 국회 내 야외 분수대 앞을 기자회견 장소로 공지했지만 이마저도 ‘국회 경내에서는 의원을 대동하지 않으면 어디서든 회견이 불가하다’는 국회 경호과 방침에 막혀버렸다.
결국 국회 정문 밖 보도블록 위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을 다양한 목소리를 더 잘 들을 줄 아는 열린 정당, 민생을 더 잘 챙기고 닥쳐올 위기를 더 잘 해결할 유능한 정당으로 바꾸기 위해 당 대표 출마를 결심했다”며 “썩은 곳은 도려내고 구멍 난 곳은 메우겠다. 서민들의 한숨을 위로하고 따뜻한 용기를 불어넣는 그런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한 “민주당은 청년과 서민·중산층의 고통에 귀를 닫으면서 세 번의 선거에서 연달아 졌지만 위선과 내로남불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당을 망친 강성 팬덤과 작별할 준비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민주당이 변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불행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혁신을 위해 △청년 도전이 넘치는 더 젊은 민주당 △위선과 이별하는 더 엄격한 민주당 △약속을 지키는 더 믿음직한 민주당 △팬덤과 결별하고 민심을 받드는 민주당 등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우여곡절 끝에 출마 선언은 했지만 박 전 위원장의 당권 도전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우선 비대위가 출마 불허를 결정한 이유인 당헌·당규의 벽을 넘어야 한다.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당직 선거의 피선거권을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에게 부여하도록 돼 있다. 2월 중순에 입당한 박 전 위원장은 전대 권리 행사 시행일인 이달 1일 기준 피선거권 자격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에 박 전 위원장은 당규 10조 5항의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미 한 번 정해진 당무위 결정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현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전 위원장의) 후보 접수가 반려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여기에 기자회견 추진 과정에서 원내 기반이 부족한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면서 지지 세력 확충 작업 또한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시각 또 다른 청년 후보인 이동학 전 최고위원은 김한규 의원의 도움으로 국회 소통관에서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열어 박 전 위원장과 더욱 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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