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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균, 尹의 경제 책사로…‘노동개혁·혁신·균형개발’ 通했다

['노무현의 남자'서 尹정부 '1호 자문위원'으로]

尹 "4차 산업혁명 혁신 철학 부합"

卞 저서 '경제철학의 전환' 통해

저성장 탈출 위한 슘페터식 혁신

노동유연화 속 비정규직 보호 강화

수도권 규제 풀어 경제활력 제고 등

투자·일자리 늘리는 사회개혁 주장

기업 자율성 강조한 尹정부와 한뜻

부가세 인상 등 국민정서와 괴리도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대통령실 청사에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경제고문 위촉장을 수여한 뒤 손짓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의 남자’로 불리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책사(경제고문)로 돌아왔다. 노무현 정부 당시 ‘성장과 분배’의 양 날개를 균형 있게 담은 ‘비전 2030’을 기획한 변 고문은 관가에서 이념을 뛰어넘는 혁신적 정책가로 불린다. 비전 2030은 보수 정부인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도 참고서로 삼았다.

윤 대통령과 변 고문은 사실 악연이다. 윤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시절 연루된 이른바 ‘신정아 게이트’의 수사팀에 있었다. 그런 윤 대통령이 변 고문을 이날 1인 경제책사인 고문으로 위촉하며 혜안을 묻고 있다.

변 고문은 재정을 퍼붓는 케인스식 총수요 진작책으로 경제 불황을 해결할 수 없다는 신념을 가졌다. 한국은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 노동 개혁을 통해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는 공급 혁신이 불황의 유일한 해법이라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신3고(고물가·고금리·고유가)’의 불황 앞에 선 윤 대통령이 해법을 ‘슘페터식 공급 혁신’으로 삼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정을 풀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기보다 인기가 없더라도 사회 개혁을 통해 미래 성장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해석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변 고문의 위촉에 대해 “변 고문은 혁신이라는 측면, 공급 측면에서 4차 산업혁명의 산업구조에 부합하는 철학을 아주 오래전부터 피력하신 분”이라고 강조했다.

성장 않으면 곧 죽음, 기업에 자유를


정치권과 관가에서는 윤 대통령이 변 고문을 1인 책사로 택한 배경으로 2017년 펴낸 저서 ‘경제철학의 전환’을 꼽고 있다.

변 고문이 문재인 정부 출범 즈음에 펴낸 이 책은 강력한 국가 개혁을 담고 있다. 핵심은 규제와 노동, 복지 개혁을 통한 혁신적 성장이다. 변 고문은 “총수요 부양 정책은 경제의 장기 하락 추세를 역전시킬 수 없다”고 단언했다. 특히 대외무역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을 들어 “성장을 않는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풀어 구조적 모순를 해결하는 ‘슘페터식 혁신’으로 새로운 수요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최근 “예산을 쓰면 경제가 저절로 성장한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한 것과 일맥상통하다. 변 고문은 “성장 정책을 포기하면 안 된다. 포기하는 순간 경제·군사 대국에 둘러싸인 하청국 신세를 영원히 벗어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도 혁신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2%에서 4%로 키우겠다고 공약해놓은 상황이다.



‘노동의 자유’ 유연성은 노동자의 권리


변 고문은 ‘낙수 효과’와 ‘분수 효과’가 동시에 이뤄져야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나치게 경직된 정규직 중심의 노동시장이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아 낙수 효과를 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변 고문은 “혁신을 통해 성장하려면 노동과 기업가의 자유로운 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가치를 회사에 제공하는 개념으로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규직을 유연화하고 비정규직은 더 보호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적어도 저성과자 1%는 해고할 수 있게 하고 실업자는 직업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재취업하기까지 기본적인 삶을 국가가 보장할 수 있게 사회 안전망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투자를 유인하고 노동자의 경쟁력을 함께 향상하는 복안이다. 이 역시 “노동을 유연화하고 충분한 보상을 해주자”고 수차례 밝힌 윤 대통령의 철학과 일치한다.

수도권 규제 풀고 조세 지방에 돌려주자


변 고문은 국토 균형 발전에 대해서도 파괴적인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공장총량제와 같은 ‘수도권 규제’를 과감하게 푸는 대신 이익을 지방에 공유하는 방안이다.

수도권은 선진국의 수도권과 경쟁하기를 원하는데 비수도권은 국내 수도권과 비교하는 게 대한민국의 현주소라는 지적이다. 변 고문은 수도권 규제를 풀고 기업들에 토지를 임대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으로 기업 투자를 유치해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자고 제안한다. 대신 규제 완화로 인해 수도권에서 늘어난 조세로 특별 기금을 만들어 지방으로 이양하고 나아가 개인이나 법인이 지역에 기부하면 공제하는 방식으로 세제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선(先) 수도권 규제 완화 후(後) 균형 발전’의 모델이다.

부가세 인상·임대주택 확대는 尹과 상충


다만 변 고문의 경제 철학이 윤석열 정부와는 결이 다른 부분도 있다. 노동 유연화를 하는 대신 실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부가가치세를 5%포인트 인상하는 정책, 공공임대를 늘려 주거를 안정화하는 대책 등은 현재의 국민적 정서와는 동떨어져 있다. 또 기업규제 완화, 노동 유연화를 담보로 전 세계의 우수 인재를 국내로 유치하는 ‘플랫폼 국가’ 전략 역시 국민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변 고문의 최근 철학을 담은 저서가 5년이 지난 만큼 현실과는 일부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변 고문은 윤석열 정부에 맞는 ‘정책 업그레이드’ 필요성에 대한 서울경제의 질의에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변 고문이 경제책사를 맡은 만큼 윤 대통령에게 새 해법을 제시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과 관가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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