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하청 업체 노조원들의 파업이 40일 넘게 이어지면서 피해가 커지자 대우조선 임직원과 가족, 거제 시민 등 5000여 명이 14일 거리로 나와 3.5㎞에 달하는 인간띠를 만들었다. 이들은 ‘일을 해야 대우조선도 살고 거제도 산다’ ‘120명이 10만 명의 생계를 막고 있습니다’ 등의 피켓을 들고 불법 파업 중단을 호소했다. 대우조선 노조가 11일 파업 중단을 요구한 데 이어 지역 주민들까지 파업 반대 대열에 동참한 것이다.
도크를 점거한 이번 파업에 따른 손실이 5700억 원을 넘어서면서 노노(勞勞)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게다가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대우조선지회 소속 조합원들의 금속노조 탈퇴 움직임까지 포착되고 있다. 대우조선의 ‘하청 파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자 정부는 14일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선박 점거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규정했고 한덕수 총리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속노조가 경찰력 투입 시 20일로 예정된 총파업을 앞당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정부가 미적거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당사자간 합의가 되지 않으면 제3자나 정부 등이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대우조선 하청 업체 노조와 현대제철 노조가 막무가내식으로 사업장을 점거하는 것은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한 탓이 크다. 정부가 노조 눈치를 보면서 불법 파업에 대해 뒷짐을 지면 노조의 무법 행태는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 더구나 민주노총은 노동자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기보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면서 이념을 추구하는 ‘정치적 이익 단체’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우조선 직원 가족과 시민들까지 뙤약볕에 세운 대규모 인간띠가 또 나오지 않도록 차제에 불법행위를 엄중 처벌하는 등 법치를 확립하고 노동 개혁에 본격 착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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