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를 제외한 대구 전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지 2주가 지났지만 집값 하락세는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11일 기준 대구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13% 떨어지며 오히려 하락폭이 확대됐다. 규제지역 해제는 일반적으로 호재로 작용돼 해당 지역 집값이 오르는 데 도움을 주지만 대구에선 반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구(-0.22%)·달서구(-0.22%)·달성군(-0.21%)에서 하락세가 뚜렷한 것으로 조사됐다.
규제지역 해제 발표(6월 30일) 이후 직전 거래보다 하락한 사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중구 수창동 '대구역 센트럴자이' 전용면적 84.7㎡은 지난 7일 5억 1500만 원(30층)에 거래됐다. 작년 7월 거래된 신고가 7억 2800만 원(38층)보다 2억 원 이상 하락했고, 지난달 거래된 5억 3000만 원(6층)보다도 저렴한 가격이다. 같은 단지 전용 72.8㎡은 13일 4억 7000만 원(18층)에 거래되며 직전 매매 가격인 4억 8000만 원(15층)보다 1000만 원 하락했다. 두 계약 모두 올해 들어 해당 면적에서 가장 낮은 가격이기도 하다. 중구 공인중개사 A는 “집이 팔리지 않으니 급매가 쌓이며 자연스럽게 시세가 된 상황이다”며 “규제지역 이슈로 매물을 내놓는 사람들은 조금 늘었지만 수요는 여전히 없다”고 말했다.
달서구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유천동 ‘대구월배아이파크2차’ 전용 59.7㎡은 12일 3억 3000만 원(15층)에 거래되며 올해 거래 20건 중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했다. 해당 면적 신고가는 작년 5월 거래된 4억 9000만 원(8층)으로 1년 조금 넘는 기간 1억 3000만 원(26.6%) 하락했다. 월성동 ‘월배e편한세상’ 전용 59.9㎡은 1일 3억 900만 원(7층)에 계약서를 썼는데, 이는 2019년 7월 거래 이후 가장 낮은 거래 가격이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조정대상지역으로 바뀐 수성구 역시 7월 거래 8건 중 6건이 직전 가격보다 저렴하게 팔렸다. 시지동 ‘수성알파시티동화아이위시’ 전용 59.9㎡는 8일 6억 9500만 원(29층)에 매매됐는데, 이는 작년 6월 기록했던 신고가 8억 2000만 원(19층)보다 하락한 것은 물론이고 올해 4월 거래인 7억 원(25층)보다도 저렴한 가격이다.
한편 규제지역 해제 이후 대구 매매 물량도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15일 대구 아파트 매물 수는 3만 3630건으로 규제지역 해제 발표가 있던 지난달 30일(3만 2247건) 대비 1383건(4.3%) 늘어났다. 개발 계획 발표나 규제 해제 등 특정 지역에서 호재가 터지면 집주인들이 가격 상승을 예상해 매물을 거둬들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오히려 매물이 더 쌓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영진 신한은행 이촌동 PWM센터 팀장은 “대구는 공급 물량은 풍부하지만 수요는 상대적으로 부족해 미분양이 증가하거나 집값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며 “규제지역 해제만으로는 현 상황이 반전되기 힘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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