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를 성공적으로 쏘아 올리고도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중 초임 연봉이 3~4번째로 낮은 한국우주항공연구원(항우연)에 대한 처우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가운데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 보내온 첫빛 이미지로 또 한번 주목 받고 있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10년 연속 최고의 직장 1위에 뽑히면서 항공우주 인력에 대한 양국의 대우가 더욱 극명히 대조되고 있다.
지난 14일 미국의 비영리·초당파 단체인 ‘공공서비스 파트너십’이 ‘보스턴컨설팅 그룹(BCG)’과 함께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NASA는 미국 연방정부 대형 기관 중 최고의 직장 1위에 뽑혀 10년 연속 이 자리를 유지했다.
이 조사는 연방 인사관리처가 482개 기관의 직원 62만 4800명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는 ‘연방공무원 견해 조사’의 응답을 기반으로 직장에 대한 연대감, 만족도 등을 종합 평가한다. NASA가 10년 연속 1위를 기록한 데는 기관 측이 인류 전체를 위한 탐사와 발견의 고무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을 지원하고 보완해온 헌신이 반영된 결과라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달 세계에서 8번째로 자체 기술을 이용한 발사체를 쏘아올린 국내 항공우주 연구 인력들이 겪는 열악한 환경과 대조를 이룬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25개 출연연 중 항우연은 신입사원 초봉이 3825만원 수준으로 25개 출연연 중 21~22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항우연이 이들 중 세 번째로 많은 예산을 할당받을 정도로 중요한 임무를 띈 것과 대비된다. 이 사실은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된 직후 알려지며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후 이들에 대한 처우 문제가 본격 수면 위로 떠오르며 일부 연구원들은 시간외 수당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항우연 노조는 지난달 말 낸 성명에서 “다른 공공연구기관과 비교해도 한참 낮은 임금 수준이고 공장 노동자들도 보장받는 시간외수당을 법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 하나 2차 발사를 성공했는데도 연구자들을 위해 무엇을 해주면 좋은지, 연구자들이 더 잘 일할 수 있도록 어떤 것들을 교정해야 하는지 묻지 않았다"며 "연구자들에게 이 모든 일은 자신들을 기계 부품이자 소모품일 뿐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들로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에 대한 언론의 상찬은 자기들끼리 벌이는 잔치일 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인력에 대한 여건 개선 없이는 산적한 우주 항공 분야의 과제들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위기감도 묻어난다. 누리호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여전히 누리호를 반복 발사하는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과 발사체 재활용을 목표로 한 차세대 발사체 개발 등 장기 프로젝트가 남아 있어 갈 길이 멀다. 누리호 개발을 총괄한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최근 “소프트웨어 등 다른 분야에 비해 우주 항공 분야에 대한 선호도는 점점 줄어들고 있어 주요한 과제를 앞둔 상황에서 앞으로도 인력 문제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연봉 처우 문제에 관해서도 “연구진에 대한 대우가 그렇게 좋다고는 말을 못 할 것 같다. 채용 모집 공고를 올리면 생각보다 지원을 하는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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