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밤, 교내 최고 퀸카 혹은 킹카와 프롬 파티에 참석해 칵테일 한 잔 기울이며 끝내주는 방학 보내기'. '하이틴 드라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전형적인 장면이다. 진부하지만 유쾌하고, 뻔하지만 궁금하다. 넷플릭스 리미티드 시리즈 '유령인데 어쩌라고'는 하이틴 클리셰 정석 같은 작품이지만, 그만큼 사랑스럽고 통쾌한 매력으로 가득하다.
작품은 고등학교 졸업반 에리카 부(라나 콘도르)가 공부만 했던 지난날은 잊고 교내 생활을 마음껏 즐기기로 결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렇게 그의 절친 지아(조 마가렛 콜렛티)와 신나는 시간을 보낸 것도 잠시, 파티에서 돌아오는 길 에리카는 무소에 치여 죽고 만다. 유령이 되었음에도 살아있는 것처럼 평소와 다름없는 에리카, 그는 남은 기간 '인싸'로 등극해 후회 없는 마지막을 보내기로 마음 먹는다.
제목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처럼 작품은 '유령', 그러니까 오컬트 장르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하이틴과 오컬트, 절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장르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뿐만 아니라 유령이 된 에리카는 한기를 내뿜고 전기를 차단시키며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생각만으로 바꿀 수 있을 정도의 초능력을 가진다. '유령인데 어쩌라고'는 오컬트, SF, 드라마 장르가 더해진 독특하고 새로운 청춘극이다.
주인공 에리카 부를 연기한 라나 콘도르는 넷플릭스의 하이틴 아이콘이다. 그는 지난 2021년 넷플릭스 시리즈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라라 진을 연기하며 시즌 3까지 출연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역시 하이틴 장르로, 라나 콘도르는 사랑스럽고 허당미가 느껴지는 여주인공의 매력을 찰떡같이 소화해 냈다. '유령인데 어쩌라고'는 한 마디로 '라라진의 귀환'이다. 그의 귀여움과 유쾌함이 그리웠을 팬들에게 이번 작품은 하이틴 드라마 속 라나 콘도르를 다시 마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라나 콘도르 역시 기대에 미치는 사랑스러운 연기력을 보여준다. '살아있는 것만 같은 고등학생 유령'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함으로써 '아싸의 인싸 도전기'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뿐만 아니라 영화 전반부 '아싸'에서 후반부 '인싸'가 된 에리카를 마치 두 명의 배우가 연기한 것처럼 명확하게 구분해 낸다. 공부밖에 모르는 너드미 가득한 라나 콘도르와 틱톡, 인스타그램 스타 라나 콘도르, 캐릭터의 상반된 매력을 사랑스럽게 표현한다.
에리카와 지아는 일명 '지아카의 환상적인 겨울 파티'를 성공적으로 개최 후 그토록 바랐던 인기 있는 삶을 누리기 시작한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급속도로 상승하고, 교내 에리카 전용 주차석이 생겼으며 겨울 파티 해시태그는 꾸준한 인기를 자랑한다. 한 가지 피로한 것은 "적이 있어야 유명한 거지"라는 지아의 대사처럼 평화로웠던 이전과는 달리 '인싸의 삶'은 난리 법석에 정신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유명해지는 것에 관심이 쏠린 에리카는 단짝 지아와의 관계에 소홀하기 시작하고, SNS에 과도한 집착을 보이기도 한다.
"할렌 후가 기억나? 걔는 죽었어, 하지만 에리카 부는 살아서 잘나가"
죽어서야 살아있음을 느끼는 에리카, 인기의 맛에 중독된 그는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오직 자신의 명성을 위해 이기적이고 계산된 행동을 일삼는다. 작품은 유쾌함이 전부가 아닌, 보여지는 것이 중요시되는 현실을 은근하게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다.
반전 결말은 작품의 관전 포인트. '예상대로 흘러가는구나' 싶다가, 생각치도 못한 전개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유령인데 어쩌라고'는 화려한 하이틴의 정석이지만, 반전 있는 전개를 통해 익숙한 듯 독특한 매력을 꾀하는 작품이다.
◆시식평 - 유쾌·통쾌 하이틴, 몰아보기에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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