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접수하고도 시정 조치를 하지 않은 사업장에 과태료를 물린 사례가 6% 정도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장갑질119가 17일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고용노동부에 확인한 결과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접수 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신고당한 사업장 사례가 총 884건이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과태료가 부과된 건수는 55건으로, 6.2%에 불과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괴롭힘 피해 신고를 받은 뒤 이를 방치한 사업장에 과태료를 50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직장갑질119는 ‘조치 의무 위반’만으로 과태료를 문 사례는 사실상 0건이라고 전했다.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을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한 경우와 신고 후 미조치를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한 경우를 구분하지 않고 통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갑질119는 “과태료를 문 55건 대다수가 신고 접수 후 조치 의무 위반 사례가 아니라, 괴롭힘 가해자인 사용자에게 과태료를 물린 사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장 대부분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괴롭힘 신고를 한 뒤 보복을 당했다며 노동청에 신고한 사례는 같은 기간 총 1360건이었으나, 이 중 20.1%인 274건만이 검찰에 송치됐다. 10건 중 8건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이다.
현행법상 직장 내 괴롭힘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신고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고용노동부가 신고를 반려하거나 관료적인 태도로 사건을 처리하는 일이 허다하다”며 “직무유기를 넘어 직장 내 괴롭힘의 공범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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