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 자민당·공명당의 여당이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을 더해 개헌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을 유지했다. 앞으로 개헌 논의가 일본 정국의 중요 쟁점이 될 것임이 분명해졌다.
아사히신문사와 도쿄대 다니구치 마사키 연구실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참의원 선거 당선자와 비개선 국회의원에게 헌법 개정에 대해 질문한 결과 개헌파가 62%를 기록했다. 개헌 항목은 ‘자위대 보유 명기’와 ‘긴급사태 조항 신설’에 집약돼 있다는 점이 명백하다. 개헌파에 어떠한 개정을 할지 물었더니 가장 많은 답변은 ‘자위대 명기’로 78%(2019년 조사 66%)였다. 이어 ‘긴급사태 조항 신설’ 74%(이전 조사 50%), ‘교육 충실을 위한 환경 정비’ 64%(〃52%) 등이 높게 나타났다. 게다가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대승한 후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헌법 개정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러한 일본의 정치 환경을 볼 때 헌법 개헌이 코앞에 있는 것처럼 해석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일본의 주요 언론들 중 참의원 선거 이후 헌법 개정이 가능한 의석 수 3분의 2를 확보했음에도 '헌법 개정 가능’이라고 제목을 잡은 곳은 없었다. 우파 신문인 산케이조차 ‘개헌 세력 3분의 2 유지’라고 했을 뿐이다. 그만큼 일본에서는 헌법 개정이 지난한 과정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한국과 중국에서는 일본 헌법 개정의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일본의 헌법 개정에는 아직 변수가 많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우선 기시다 총리가 개헌을 적극적으로 추진할지 의문이다. 기시다 총리는 원래 헌법 개헌에 소극적이었다. 참의원 선거 유세 중에도 기시다 총리는 한번도 개헌을 말한 적이 없다. 기시다의 개헌 추진 의사는 아베 신조 전 충리 사망 이후 자민당 강경 우파를 잠재우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 기시다는 자민당 제1파벌인 아베파의 지원 없이는 내년 총재 유임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베가 주장했던 헌법 개정을 비둘기파인 기시다가 주창함으로써 정국을 주도해가려는 의도가 보인다. 아베가 없는 상황에서는 헌법 개정을 강력히 추진할 주체도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둘째, 여당인 공명당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헌법 개정에서 ‘자위대 명기’ 찬성은 자민당 93%(이전 조사 81%)이며 일본유신회가 86%(이전 조사 38%)로 대폭 증가했다. 공명당도 개헌에 대해서는 54%가 찬성하지만 자위대 명기에는 14%로 반대다. 그리고 자위대 명기가 주 쟁점이 되면 국민민주당도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개헌 논의는 국회에서부터 난관에 부딪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지금까지의 경과를 보면 설사 국회에서 헌법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국민투표는 더욱 어렵다. 개헌 여론은 국내외 환경의 변화로 이전보다 찬성률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자위대 명기에는 여전히 비판적이라 과반을 얻기 힘들다는 평가다. 아베가 개헌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한 배경이기도 하다.
헌법 개정은 내용과 속도에 따라 불투명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헌법 개정을 우경화와 동일시한다면 일본의 상황을 잘못 이해하는 것일 수도 있다. 최근 일본에서 헌법 개정 논의가 적극화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동북아의 불안정한 정세와도 연관돼 있다. 즉 일본의 안보 불안감이 개헌 논의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이 일본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때 올바른 대응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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