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단위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하게 될 국가교육위원회가 결국 ‘지각 출범’하게 됐다. 각 기관·단체의 위원 추천이나 직제 준비 상황이 더뎌 국교위법 시행일인 21일 출범이 어렵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당초 교육계 예상처럼 일부 위원만으로 ‘반쪽 출범’이라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출범 자체가 지연된 셈이다.
“7월 21일은 법률의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이지 그날 꼭 출범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는 게 교육부 설명의 요지다. 실제로 과거에 비슷한 성격의 위원회에서도 법 시행일과 출범일이 다른 경우가 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교육부 설명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구차해 보인다.
특히 국교위의 탄생 배경과 역할, 실시간으로 켜켜이 쌓여 가는 교육 현안을 떠올려 보면 꽤 한가해 보이기도 한다. 교육부가 강조하는 ‘법 시행일’로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법 시행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는데 위원은커녕 국교위에서 일하게 될 행정·사무 인력조차 확정하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상 1년을 허비했다는 말과 같다.
교육부만 탓할 건 아니다.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교체됐고 9명의 추천권을 가진 국회는 공전하기만 했으며 교육부 장관 임명도 늦어졌다. 위원장을 뽑아야 하는 대통령도 국교위와 관련해 별다른 말이 없다. 어찌 됐건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세우자’는 취지로 만들게 된 국교위가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점은 씁쓸하다. 항상 교육에 ‘백년대계’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갖다 붙이지만 실제로는 당장 눈앞에 있는 급급한 일부터 처리하기 바쁜 게 현실이다.
늦어지기는 했지만 때가 되면 국교위는 출범할 것이다. 조속하게 조직을 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취지대로 잘 운영하는 게 더 중요하다. 출범 전인데도 벌써 위원 구성상 근본적으로 중립성을 갖추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원들이 자신의 집단만 대변하며 또 다른 ‘싸움판’만 더 만들어준 꼴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 국교위는 교육부·교육청과 역할도 잘 분담해야 한다. 이제는 오년지소계(五年之小計)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이미 판은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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