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치의학을 선도할 수 있는 연구자가 배출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광범 메가젠임플란트 대표는 18일 서울경제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올 6월 서울대에 100억 원을 쾌척한 배경에 대해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개원을 해서 환자를 보는 것 이상으로 연구 분야와 치의학 교육 분야에서 많은 인재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같이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학생들이 제가 만든 제품이 전 세계를 누비는 것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면서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환자들을 위한 연구와 고민을 하는 것이 의사의 본분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치과대학을 졸업한 뒤 1993년 개원에 나섰다. 2002년에는 현재의 메가젠임플란트를 창업했다. 창업 이후 두 번의 해외방문학자 기간과 1년 반 정도의 기간을 제외하고 토요일에는 어김없이 환자를 진료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바로 연구개발을 위해서다.
그는 “회사 경영에 몰두하느라 1년 반 정도 진료를 못 했더니 임플란트 제품 등에 대한 개선점이 바로바로 떠오르지 않았다”며 “진료를 하면서 ‘어떻게 제품을 개선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거리가 생기는데 진료 공백으로 연구개발에 대한 감이 둔해졌다”고 되돌아봤다. 결국 환자 진료를 통해 사람에게 더 좋은 제품을 고민할 수 있었다는 고백이다.
박 대표의 이 같은 사람에 대한 고민은 경영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2020년 4월에 발생한 코로나19로 회사의 매출이 ‘0’원에 그친 적이 있다. 경쟁사는 매출이 급감하자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직원들을 내보냈다. 하지만 그는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매출 0원으로 회사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8개월. “매출액이 0원인 상태에서 12월까지는 버틸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직원들에게 그동안 소홀했던 부분을 보강하고 효율화를 추구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연구해보자고 했어요. 실제 두 달 정도는 연구개발을 하거나 아예 놀았어요. 그랬더니 경쟁사에서 불안감을 느낀 직원들이 찾아오더군요. 회사에 대한 신뢰가 생겼나 봐요.”
그는 이렇게 경쟁사에서 알짜 인력을 충원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시기가 3개월여 지났을 때 극적으로 주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발주가 잇따랐다. 코로나19 발생 이전 300명에 불과하던 임직원 수는 올해 6월 말 기준 580명으로 늘어났다. 매출도 2020년 1043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1659억 원으로 늘어났다.
박 대표는 “만약에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회사를 살리기 위해 직원들을 내보냈다면 쇄도하는 주문을 소화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을 모두 잃었을 것”이라며 “사람에 대한 투자와 믿음이 결국 회사 성장으로 이어졌다”고 귀띔했다.
100억 원이라는 거액을 아무런 조건 없이 기부한 박 대표는 지금도 운전기사를 두지 않는다. 올 6월에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세계중소기업학회 공동 주최 행사에서 사람을 키우고 기업을 혁신한 성공 사례를 발표한 뒤 돌아온 귀국길에서도 박 대표 혼자였다. 인천공항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으로 이동한 뒤 기차를 타고 대구까지 내려왔다. 집까지는 택시를 이용했다. 그는 “과거 운전을 해준 젊은 직원이 있었지만 단순 반복적인 일을 맡기는 것이 그 직원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때부터 제가 운전도 직접하고 회사에서도 직원들에게 단순한 일은 기계에 맡기고 기계를 다루도록 교육을 시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에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고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은 기계에 맡기는 사람 중심의 경영 철학이 그대로 묻어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는 이 같은 사람 중심의 경영 철학으로 2019년 11월 세계중소기업학회가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의 확산을 위해 조직한 단체인 HEI(Humane Entrepreneurship Initiative)의 ‘HEI상’ 첫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