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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정원제 내년 도입…수도권정비법 '우회로' 택해

[반도체 인재 양성방안 …10년간 15만명 육성 어떻게]

지역 구분 없이 대학 증원 가능

반도체학과 정원 4만5000명↑

내년부터 특성화大도 20곳 지정

정부 "지방대 재정지원 확대"에도

비수도권 대학 반발 커●비판론도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질타에서 비롯된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 육성 방안’이 43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과감한 규제 개혁 주문에 지난 40년간 수도권 대학의 증원을 제한해 온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손대는 방안까지 검토됐으나 정부는 지방대 반발 속에 신증설 규제 완화와 계약정원제 도입 등 ‘우회로’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번 방안 역시 수도권 대학들의 정원 순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지방대 반발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재정 지원 등을 통해 지방대에 ‘당근’을 주겠다는 계획이지만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원 규제 완화·계약정원제 도입…수도권정비법 우회로 선택=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10년 뒤인 2031년까지 15만 명 이상의 반도체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계획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기업 인력 수요는 연 5.6% 성장해 현재 약 17만 7000명에서 2031년 30만 40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망대로라면 12만 7000명가량의 신규 인력이 더 필요하다. 인재 양성 규모는 퇴직·이직 등에 따른 대체 수요까지 고려해 예상 수요보다 더 많은 15만 명 이상으로 잡았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대학의 정원 확대다. 정부는 15만 명 중 4만 5000명을 반도체 관련학과 정원 확대로 길러내겠다는 계획이다. 증원 규모는 5700여 명이다. 구체적으로는 대학원 1102명, 일반대 2000명, 전문대 1000명, 직업계고 1600명을 증원한다.

이를 위해 반도체 등 첨단 분야의 경우 학과 신증설 시 4대 요건(교지·교원·교사·수익용기본재산) 중 교원확보율만 충족하면 증원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어 지역 구분 없이 모든 대학의 정원 증원을 적극 검토한다. 국립대의 경우 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 등 협의를 거쳐 교수 정원이 배정되는 점을 고려해 학과 증설 관련 전임교원 기준을 80%에서 70%로 완화한다.



계약학과 설치·운영 규정을 개정해 기존 학과의 정원을 한시적으로 추가할 수 있는 계약정원제도 내년부터 도입한다. 계약정원제는 별도의 학과 설치가 필요 없어 계약학과에 비해 교원 채용이나 운영비 부담이 작고 준비 시간도 적게 걸린다는 것이 장점이다. 아울러 2023~2026년 20교 내외의 반도체특성화대학(원)을 지정하고 과감한 재정 지원과 규제 특례를 통해 최고급 인재를 육성할 계획이다.

◇‘수도권정비법’ 그대로…지방대 반발 무마될까=산업계의 관심이 쏠렸던 수도권정비계획법은 건드리지 않았다.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법은 첨단 인재 양성을 위해 정원을 늘리려는 수도권 대학의 발목을 잡는 대표적인 규제로 지목됐다. 법 개정이 필요한 데다 지방대 반발도 거세 번번이 무산됐는데 이번에도 제외됐다. 다만 수도권정비법에 따른 정원 총량 가운데 8000명가량이 여유 분으로 남아 있어 수도권 대학들은 증원에 활용하게 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수도권대 정원 총량은 11만 7145명이나 입학 정원은 10만 9145명이다.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수도권 대학의 증원이 가능해 지방대 반발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과 지방대 첨단학과에 대한 학생 선호도나 취업률을 비교해볼 때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원근 창신대 총장(부산·울산·경남·제주지역 총장협의회장)은 “여전히 수도권 대학 정원이 늘어난다는 점에서는 우려가 크다”며 “지방대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실하게 하고, 특히 계약학과 등을 정책적으로 지방대에 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지방대 지원을 대폭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반도체특성화대학 신설 시 지방대에 수도권 대비 두 배 더 많은 재정 지원을 하는 등 인센티브를 마련할 것”이라며 “부총리·7개권역대학총장협의회 간담회에서 나온 제안에 따라 지방대 발전 특별위원회를 조속히 설치·가동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인재 양성 방안은 발표됐지만 이에 투입될 예산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교수 인력과 시설·장비 지원 등을 위해서는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예산은 현재 재정 당국과 협의 중이므로 정확한 규모를 말하지는 못한다”며 “방향성만 말하자면 발표된 인재 양성 방안에 부족함이 없도록 지원이 뒤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교수를 채용하려고 해도 연봉 차이 때문에 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지만 관련 교수들에게 연구비나 연봉 차원에서 일종의 인센티브 장치를 넣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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