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역을 뒤덮은 살인적 폭염으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폭염과 가뭄·산불과의 사투로 유럽 각국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후회담에 참석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변화에 공동 대응하지 않는 것은 집단 자살”이라는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18일(현지 시간)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최근 1주일간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총 1100명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에서는 이달 10~16일 한낮 최고기온이 섭씨 45.7도까지 치솟으며 약 510명이 더위로 사망했으며 최고기온이 47도까지 오른 포르투갈에서는 같은 기간 659명이 목숨을 잃었다.
두 나라는 극심한 폭염에 산불까지 번져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스페인은 갈리시아 등 북부 및 중부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을 진압하고 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전날 화재 현장을 찾아 “기후변화가 사람은 물론 모든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죽이고 있다”며 올해 화재로 소실된 산림 규모가 지난 10년간 평균 피해 면적의 두 배가 넘는 7만 ㏊에 달했다고 밝혔다. 포르투갈도 산불이 북부 지역을 덮쳐 3만 ㏊ 이상이 탔다. 포르투갈 기상 당국(IPMA)은 “극단적 가뭄으로 국토의 3분의 1이 여전히 화재 위험에 처한 상태”라고 전했다.
통상 여름 날씨가 온화한 영국은 사상 최초로 ‘적색경보’를 내릴 정도의 폭염으로 사회 전반이 혼란에 빠졌다.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철도시설공단(NR)이 안전상 이유로 철도 운행 속도를 제한하거나 노선 운행을 취소하는가 하면 런던 루턴 공항에서는 활주로에 문제가 생겨 2시간 동안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기도 했다. 영국 학교 약 200곳은 조기 하교 및 휴교 조치를 내렸다.
한편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날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를 앞두고 베를린에서 열린 페터스베르크 기후회담에 참석해 “전 세계적인 기후 위기에 직면했음에도 우리는 다자공동체로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동 대응 또는 집단 자살 둘 중 하나만을 고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각국이 책임을 지기보다 다른 국가를 손가락질하고 있다”며 “이렇게는 계속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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