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앞으로 10년 동안 반도체 초격차를 이끌어갈 인재 15만 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대학이 첨단 분야 학과 신·증설 시 교원확보율만 충족하면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하고 기존 학과의 정원을 한시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계약정원제’도 신설한다. 정부는 이 같은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 방안’을 마련해 19일 공개했다. 반도체 인력이 부족하다는 경고음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윤석열 정부가 팔을 걷어붙인다니 다행이다.
반도체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미래 자동차, 배터리 등 첨단 산업 전반으로 인재 양성 플랫폼을 확충해야 한다. 한국의 과학기술 연구 인력 부족 인원이 2019~2023년 800명에서 2024~2028년 4만 7000명으로 60배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왔다. 청년 실업은 심각하지만 신산업 분야에서는 외려 인력난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서울·수도권 대학은 정원을 늘릴 수 없는 탓이다. 국회와 정부가 하루빨리 법을 개정해 정원 규제를 철폐하는 한편 학령인구 급감에 맞춰 경쟁력 없는 대학들을 과감하게 구조 조정해야 한다.
교수 인력과 최신 교육 장비 확보 등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해외의 고급 인재를 영입하고 박사급 우수 인력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면 현격한 급여 차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서울대 정교수의 평균 연봉이 1억 500만 원인 데 반해 미국 실리콘밸리 최상위 AI 연구자의 평균 연봉은 10억 원에 달한다. 현재 AI 분야에만 부분적으로 허용된 대학 교원의 기업 근무 겸직을 다른 분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또 산학연 협력을 통해 기업의 반도체 장비 등을 대학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교육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대수술해 지속적으로 초격차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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