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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금리 인상과 금융 시장 안정

홍기석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홍기석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한동안 잊고 있었던 인플레이션이 돌아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의하면 인플레이션율은 작년초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회원국에서 1%대에 머물고 있었으나 금년 5월에는 소비자물가 기준 9.6%, 생산자물가 기준 20.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6월 소비자물가가 6.0% 상승했는데, 이는 월별 증가율로는 1998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이처럼 물가상승이 가속화함에 따라 주요 국가들은 서둘러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금리 인상에는 동의한다 하더라도 얼마나 인상해야 하는지,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게 옳은 것인지, 긴축정책에 대한 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이견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올바른 정책 대응을 위해 먼저 인플레이션의 원인에 대한 판단이 유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번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공급 충격이 강조되고 있으나, 코로나 발생 이후 기간의 미국 및 우리나라의 필립스 곡선을 보면 생산(GDP 갭)이 높은 기간일수록 인플레이션율이 높게 나타난다. GDP 갭은 0에 가까운 수준까지 회복하였으며 인플레이션 압력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최근의 인플레이션에 있어서 결과적으로 수요 확대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테일러 준칙으로 유명한 존 테일러 교수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지나친 통화정책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미국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아마 대체로 유사한 상황일 것으로 판단된다. 만일 최근 인플레이션의 근본적 원인이 수요 확장이라면 정책 대응 역시 총수요를 긴축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특히 긴축적 통화정책을 위해 실질 금리가 0보다 높아져야 하므로 명목 금리가 예상 인플레이션율을 초과할 때까지 점진적, 지속적 인상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통화정책의 목표로서 금융안정에 대한 고려가 얼마나 이루어져야 하는지도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변동금리) 가계부채 부담이 높은 상태이므로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부채 부실화의 위험이 상존한다. 또한 선행성이 높은 주가와 달리 주택가격은 금리 상승에 시차를 가지고 반응하므로 앞으로 주택가격의 하락 역시 금융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틴버겐 법칙에 의하면 금리라는 하나의 수단만으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모두 달성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2010년대 저금리 시기에 가계부채 증가 및 자산가격 인플레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저금리 기조가 유지된 것은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에 주력하고 금융안정은 거시건정성 규제를 통해서 달성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동일한 논리를 현재에 적용한다면,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삼아 금리 인상폭을 결정하고 금융안정을 위해서는 LTV, DSR 등을 통한 가계부채 관리, 자본적정성 규제 강화 및 충당금 적립 확대, 취약차주에 대한 금융지원 등 별도의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경기 둔화와 금융시장 불안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인플레이션율을 낮추려는 것은 그만큼 고인플레의 폐해가 크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험에 의하면 가격상승은 균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고인플레 시기일수록 개별 가격들 간의 이질성이 확대된다. 이에 따라 특정 품목들에 대한 인위적인 가격통제 형태의 물가대책은 그 자체가 상대가격의 왜곡을 유발한다.또한 취약 계층에 대한 물가대책은 가격통제보다는 보조금 지급과 같은 형태가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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