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예람 중사가 근무한 공군 비행단에서 여군 부사관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이 사건의 디지털 관련 조사를 민간기관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맡게 됐다.
2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날 충남 서산 20전투비행단(이하 20비)에서 사망한 A하사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에 대한 포렌식 작업은 유족 요청에 따라 국방과학수사연구소가 아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넘기기로 했다.
포렌식을 통해 군과 경찰 등은 A하사가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 과정에서 업무나 직장 내 사안과 관련성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광범위하게 들여다볼 전망이다.
A하사는 전날 오전 8시 10분께 20비 영내 독신자 숙소에서 숨진 상태로 동료 부대원에 의해 발견됐다. 임관한 지 갓 1년을 넘긴 20대 초반의 A하사는 10대 시절 군인 양성을 위한 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일반적인 군대 문화나 분위기에 어색함을 느낄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하사가 나온 학교는 역시 20비에서 근무하다가 상관의 성추행 등으로 지난해 극단적 선택에 이른 고 이예람 중사의 모교이기도 하다.
국방과학수사연구소는 국방부 조사본부 소속으로 군 관련 사건·사고의 과학수사를 맡는 기관이지만 과거에도 민간 국과수가 국방과학수사연구소를 대신해 군 사건을 맡은 적이 있다.
지난 2014년 선임병들의 집단구타로 숨진 '윤 일병' 사건 당시 국방과학수사연구소는 윤 일병 사망 원인을 '기도 폐쇄에 따른 질식사'로 판단해 논란이 일었고 이후 재판 과정에서 국과수가 사인을 감정한 결과 '다발성 좌상에 의한 쇼크'가 제시됐다.
이달부터 군인 사망 범죄는 민간 사법기관으로 이관됨에 따라 공군은 사건 발생 사실을 민간경찰에 통보했다. 현 단계에서는 군 주도로 범죄 관련 여부를 파악하며, 범죄 혐의가 포착되면 경찰이 사건을 맡는다.
전날 이뤄진 A하사 사건 현장 감식에도 공군 수사단은 물론 대전지검 서산지청, 충남경찰청,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관, 시민단체 군인권센터 등 민간 기관들이 함께 참여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인권보호관이 처음부터 수사에 참여하고 있고 민간 경찰과 협조하고 있다"며 "투명한 수사 결과를 도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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