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의회가 라닐 위크레메싱게 현 총리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20일 BBC는 스리랑카 의회가 찬성 134 대 반대 82로 위크레메싱게 총리를 신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위크레메싱게 신임 대통령은 사임한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잔여임기인 2024년 11월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됐다. 그는 대통령으로 선출출된 뒤 "우리 나라가 처한 상황을 말할 필요도 없다"며 "선거가 끝났으니 우리는 분열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지난 13일 라자팍사 대통령이 국외로 도피한 후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아왔으며, 지난 15일에는 임시 대통령에 취임한 바 있다. 스리랑카는 직접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한다. 하지만 대통령 임기가 공식적으로 종료되기 전에 대통령직이 공석이 될 경우 의회가 신임 대통령을 선출한다.
하지만 스리랑카 국민이 위크레메싱게 신임 대통령을 순순히 신임 대통령으로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시위대는 라자팍사 전 대통령뿐만이 아니라 위크레메싱게 총리에 대해서도 반대 시위를 벌여왔기 때문이다. BBC는 "시위대는 5월 총리로 재임명된 위크레메싱게의 사임을 요구했으며, 사저를 불태우고 총리 집무실을 습격하는 등 반대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미 CNBC방송은 이날 위크레메싱게가 신임 대통령으로 선출된 뒤 시위대가 대통령 관저 밖에서 "집으로 돌아가라, 라닐"이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거리에서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에 반대하는 저항과 시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위대와 정부와의 갈등도 예상된다. 가디언은 "앞서 위크레메싱게는 시위대를 '파시스트'라고 불렀고 대통령이 되면 이들을 진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공식 국가부도를 맞은 스리랑카는 현재 휘발유 등 필수 수입품 공급이 사실상 중단되는 등 스리랑카 역사 상 최악의 정치 및 경제 위기를 맞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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