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임대주택의 품질을 높이는 ‘서울형 임대주택’ 정책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서울주택도시공사(SH)도 공사가 보유한 임대주택의 재정비 사업 로드맵 구축을 추진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현재 재건축 사업이 추진 중인 국내 1호 영구임대주택 노원구 ‘하계5단지’를 시작으로 노후 임대주택단지 재정비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고품질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20일 SH에 따르면 공사는 최근 ‘노후공공주택단지 재정비 사업 종합개발계획 수립용역’을 발주했다. 용역 대상은 SH가 보유한 임대주택 단지 34곳으로, 가구 수로 따지면 총 3만 9802가구 규모다. 재정비 사업이 완료되면 약 1만 가구 정도가 새로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용역의 방점은 ‘이주 대책 마련’에 찍혀 있다. 34개 단지의 절반이 넘는 18개 단지가 각각 1000가구가 넘는 규모인 만큼 재정비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거주민들을 어디로 이주시킬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번 용역을 통해 SH는 공사가 보유한 노후 공공주택단지들의 사업 여건과 현행 제도 등을 고려해 이주·이전 대책을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재정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SH가 이번 용역을 발주한 것은 노후 임대주택 재정비 사업이 오 시장의 역점 사업인 ‘서울형 임대주택’의 핵심 정책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이 4월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하계5단지를 찾아 발표한 서울형 고품질 임대주택 실현을 위한 혁신 방안에도 ‘노후단지 재정비’가 담겼다. 당시 오 시장은 재건축 연한(준공 30년)이 도래했거나 임박한 24개 단지 총 3만 3083가구를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번 용역은 SH가 보유한 임대주택 34개 단지로 그 범위를 확대해 진행된다.
이미 국내 1호 영구임대주택인 하계5단지(1989년 준공)는 재정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계5단지는 용적률이 93.1%로 상당히 낮은 만큼 재정비 사업이 완료되면 기존 640가구에서 1510가구로 가구 수가 두 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서울시는 하계5단지 입주 시기를 2030년에서 2027년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사업지 내에 신규 임대주택을 지어 기존 거주자를 이주시키는 방안을 계획했지만 이와 함께 인근 공공임대주택 공가를 활용하거나 보증금을 거주자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또 다른 선택지로 고려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지만 인근 공공임대주택 공가 활용 등을 포함한 여러 가지 이주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H는 이번 용역으로 하계5단지에 이은 후속 재정비 사업지도 선정할 계획이다. SH 관계자는 “하계5단지가 위치한 서울 동북권을 제외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후속 단지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기 사업지로는 강서구 가양9-1단지(1992년 준공·914가구)와 마포구 성산단지(1991년 준공·1807가구) 등이 언급되고 있다.
한편 서울시는 1호 사업지인 하계5단지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노원구 상계마들단지(1988년 준공·170가구)의 설계자 공모를 시작하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말 당선작을 선정하고 내년 하반기 사업승인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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