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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대법원 '한정위헌' 갈등 2라운드…GS칼텍스 사건 '재판취소' 결정

헌재, 전원일치 의견으로 대법원 재판취소 결정

"헌재에 부여한 헌법의 결단에 정면으로 위배"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GS칼텍스가 청구한 대법원의 700억원대 법인세 부과 판결 취소 헌법소원에서 GS칼텍스 측의 손을 들어줬다. 헌재가 대법원의 판결을 위헌이라며 취소하기는 이번이 세 번째로 최고 사법기관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헌재는 21일 GS칼텍스가 대법원의 재심청구 기각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재판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헌재는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제23조에 대한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한 서울고법 및 대법원의 판결은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며 판단했다.

재판관들은 "헌법은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재에 부여하고 있고, 헌재가 헌법에서 부여받은 위헌심사권을 행사한 결과인 위헌결정은 법원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며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하는 법원의 재판은 그 자체로 헌재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재에 부여한 헌법의 결단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했다.



재판관들은 이어 "이 사건 재심기각 판결 및 재심상고기각 판결은 모두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으로 이에 대한 헌법소원은 허용된다"며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을 침해했으므로 모두 취소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세무당국은 1990년 10월 조세감면규제법에 따라 한국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하는 것을 전제로 GS칼텍스에 감면된 법인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GS칼텍스가 2003년까지 상장하지 않자 세무당국은 조세감면규제법에 따라 법인세 및 자산재평가세 707억원을 부과했다. 이에 GS칼텍스는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에서 원고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법원은 이를 기각했고, GS칼텍스는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당시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한정위헌이란 헌재가 법률 조항에 대해 '위헌'이라고 선언하는 ‘단순 위헌’과 달리 법원의 법 조항 해석에 대해 '위헌'이라고 판단하는 변형된 결정이다. GS칼텍스는 이를 근거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이에 GS칼텍스는 법원의 과세부과처분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가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취소하기는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헌재는 1997년에 이어 지난달 두 번째 한정위헌 결정을 내놨다. 대법원은 입장문을 통해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전속돼 있다"며 헌재의 결정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번에 헌재가 한 달 만에 다시 한정위헌 결정을 내놓으면서 최고 사법기관 간의 갈등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이날 헌재의 GS칼텍스 판결 취소와 관련해 "이전에 발표한 대법원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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