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한미 경제안보 채널을 강화하는 등 신(新)경제 질서 구축을 주도한다. 이를 위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협상에 적극 임한다. 외교부는 또 문재인 정부 기간 크게 악화한 한일 관계를 복원하고 한중 관계에서는 규범외교를 천명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한미 동맹 강화라는 윤석열 정부의 대외기조를 적극 뒷받침한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이 같은 내용의 7대 국정과제를 담은 새 정부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7대 국정과제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능동적 경제안보 및 과학기술 외교 추진이다. 이를 위해 외교부는 하반기 활발해질 IPEF 협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외교가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면 어디든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또 자유·민주·인권·법치 등 보편가치에 대한 국제 연대를 선도할 방침이다. 동시에 한일 관계는 복원하고 한중 관계는 발전시키며 대러 관계는 안정적으로 관리한다. 한일 관계에서는 정상 셔틀외교 복원을 목표로 과거사 문제의 합리적 해결에 초점을 맞춘다. 최대 당면 현안인 일제강점기 피해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지난달 말 출범한 한일민관협의회를 통해 국내 의견을 수렴한다.
박 장관 설명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한일이 앞으로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신뢰관계를 구축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 역시 "그런 시각에서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일본도 호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일본도 개선 필요성을 생각하면 결국 정상외교가 중요하지 않겠느냐”면서도 “(연내 성사 가능성은) 지금 판단하기 이르다”며 선을 그었다.
중국과는 보편적 가치와 규범에 입각한 양국 관계 발전을 추진하고 고위급 소통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국가안보실장과 정치국원 간 전략대화를 마련하고 외교장관 간 소통도 정례화한다. 박 장관도 다음 달 한중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연내 답방한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박 장관에게 방중 기간 “한국의 IPEF 가입이 특정국가 배제 목적이 아니고 국익 확대 차원이라고 (중국 측에) 잘 설명하라”고 당부했다.
중국의 반발이 예상되는 한국의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반도체) 동맹’ 가입 검토와 관련해서도 박 장관은 "한국 입장에서 반도체가 가장 중요한 산업이고 공급망의 핵심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심도 있게 잘 검토해서 국익에 맞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보겠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와는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는 한편 국제 규범에 기반한 양국 관계의 안정적 발전 방안을 모색한다.
문재인 정부가 주요하게 다뤘던 북한 비핵화 문제는 비교적 후순위로 밀렸다. 외교부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와 협력해 ‘담대한 계획’을 추진하고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조기 재가동, 독자 제재 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 비핵화 문제를 7대 국정과제 중 다섯 번째로 소개한 데 대해 “현실적으로 시급성을 가진 당면 현안을 우선하다 보니 뒤로 간 것”이라며 “절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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