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타결 기대감이 높았던 대우조선해양 하청 업체 노사 협상이 막판 교섭에 진통을 겪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업체 노사는 파업에 따른 피해 보상을 어떻게 할지 마지막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마지막이 될 22일 교섭에서도 노사 합의에 실패하면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해 파업을 강제 해산하는 수순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청 업체 노사는 21일 오전 10시부터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협상을 재개했지만 오후 6시 기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하청 노조는 지난달 2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달 22일부터 유최안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제1도크(선박 건조 공간)에서 건조 중인 선박 바닥에 ‘철제 감옥’을 만들어 들어갔다. 6명의 조합원은 20m 높이 프레임 위에 올라 고공 농성 중이다. 노사는 파업을 풀기 위해 15일부터 대화를 이어오고 있다.
노사 협상은 전일에 이어 이날도 극적 타결 기대감이 있었다. 당초 노조가 임금 삭감분을 회복하는 30% 인상에서 5% 인상까지 인상 폭을 낮췄다. 결국 노조는 사측의 4.5% 인상안도 수용했다. 파업 해결의 관문과 같은 임금 인상 고비를 일단 넘었다. 사측은 노조가 원하는 노동권 보장에 대해서도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사는 파업 행위에 대한 손해 책임을 두고 평행선을 달렸다. 노조는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하지 않기를 원한다. 반면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하청 사측은 파업 피해가 커 손해배상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맞섰다. 손배소를 하지 않을 경우 기업은 배임죄가 적용된다는 논리다. 원청 측에서는 이번 파업으로 인해 7000억 원이 넘는 피해를 입었다고 추산한다.
22일 재개될 협상의 쟁점도 손배소를 두고 노사가 얼마나 이견을 좁힐지다. 22일에도 노사가 합의에 실패하면 정부가 예고했던 공권력 투입을 통한 파업 강제 해산이 이뤄질 수 있다. 이르면 23일 파업 현장에 공권력이 투입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직원은 23일 여름휴가를 떠난다.
노사 이견을 좁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로서는 정부의 중재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9~20일 파업 현장을 찾아 노사를 만났다. 정부의 선 파업 종료, 후 정부 지원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고용부는 노사 문제의 기본 원칙은 민간 자율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만일 노사 협상이 실패하고 공권력 투입 시기까지 미뤄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파업은 출구를 못 찾고 무기한 길어질 수 있다. 야당의 행보도 변수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일 파업 현장을 찾아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을 만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의당은 정부의 파업 강제 종료에 대비해 주말 거제에 천막 당사를 만들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파업은 원청이 아니라 하청 노사 자율로 해결할 문제로 보고 있다. 야당의 원청 압박이 노사 협상판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여당에서 나온다.
그동안 정부는 대우조선해양뿐 아니라 조선업, 거제 지역에까지 미친 파업 피해를 막기 위해 강경책(공권력 투입 시사), 온건책(두 차례 담화문 발표, 고용부 장관 현장 중재)을 번갈아 썼다. 정부는 강경책을 쓸 경우 올 후폭풍을 고민하고 있다. 이미 정부가 노사 문제 해결을 위해 공권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두고서도 노동계는 앞으로 노정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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