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마저 감염을 피해가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확진 판정은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로 지금까지 나온 각종 변이 중 전염성이 가장 강하다고 평가되는 BA.5가 미국에서 우세종으로 올라선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달 10∼16일 미국에서 발생한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77.9%가 BA.5 감염자인 것으로 추정했다. 4명 중 3명 이상이 BA.5에 걸렸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확산의 특징은 공식 집계된 확진자 수로는 그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 집계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의 7일간의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12만7700여명으로 지난겨울의 오미크론 대확산 때와 견주면 크게 낮은 수준에서 횡보하는 양상이다. 오미크론 때는 정점 당시 하루 80만6795명(1월 14일)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그러나 보건 전문가들은 이를 '통계적 착시 현상'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간이 검사키트를 통한 자가검사가 보급되면서 실제보다 확진자 수가 과소집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나 연구소 등은 실제 확진자 규모는 집계치의 7∼10배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확진자 수와 달리 하루 평균 입원 환자나 사망자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CDC가 분류하는 지역사회 코로나19 위험 수준 평가에서는 미국 전체 카운티의 35%가 '고위험' 등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들 35% 카운티에는 미국 인구의 55%가 거주하고 있다. CDC는 이런 고위험 지역에선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주(州) 정부 차원에서 마스크 의무화를 시행 중인 곳은 하나도 없다.
BA.5는 특히 지금까지 알려진 어떤 변이보다 전파력이 강하고, 백신 접종 또는 자연감염을 통한 면역을 잘 회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확진 소식이 알려진 바이든 대통령도 1차 접종을 마친 뒤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두 차례나 맞았지만 감염을 피하지 못했다. 백신의 면역력을 뚫고 '돌파 감염'이 이뤄진 것이다.
이렇게 대통령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심각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지만, 실제 방역 정책을 수행하는 최전선인 주(州) 정부들은 아직 엄격한 방역 규제를 재도입하는 데 미온적이다. 방역 규제에 대해 누적된 국민들의 피로감 탓이다. 다만 캘리포니아주는 예외적으로 방역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카운티는 코로나19 사망자가 2배로 늘자 이르면 이달 말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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