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이 발생한 2019년 11월 이후 출간된 학술 논문 전편이 정부의 ‘위헌’을 지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탈주민법에서 살인 등 중대 범죄자를 보호대상자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한다’며 정부가 제시한 북송 근거 자체가 헌법상 자국민 보호주의·주권을 임의 축소하는 위헌적 해석이라는 게 출간 논문 전편의 공통된 문제의식이다.
22일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등재된 북송 어민 관련 논문은 △북한 주민 강제송환의 헌법적 쟁점(장영수 고려대 교수) △범죄를 저지른 북한이탈주민 추방의 법적 문제(홍진영 서울대 교수) △북한 주민 강제송환 사건에 관한 법적 고찰(송인호 한동대 교수) △월경 북한이탈주민의 법적 지위와 탈북어민 강제송환에 대한 국제인권법적 검토(조정현 한국외대 교수) △북한선원 강제추방에 관한 적법성 여부와 실천적 법적과제(최희 인하대 연구원) 등 총 5편이다.
이들 논문은 모두 정부의 북한 어민 강제 북송은 위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헌법상 탈북자도 우리 국민으로 보기 때문에 북송은 자국민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에 위배된다는 뜻이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헌법재판소 및 대법원 판례에 따라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국민임을 생각할 때 국민을 강제 추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진영 서울대 교수는 “북한 선원들을 현실적 국민으로 보는 이상 이들은 거주·이전의 자유에 관한 헌법상 기본권을 누린다”고 지적했다.
북한 주민을 외국인에 준한 지위로 해석해 추방할 수 있다는 전 정부의 주장에 대한 반박도 제기됐다. 송인호 한동대 교수는 “비록 개별법 적용에 있어서 북한 주민을 외국인에 준하여 취급할 수 있다는 판례도 있다”면서도 “자격인정, 기부금, 외국환 거래 같은 개별법 사안을 의미할 뿐이며 이 사건은 이러한 개별법 적용 사안이 아니라 국적 인정에 대한 기본적이고 원칙적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강제 북송은 유엔의 고문방지협약 위반이라는 지적도 다수 담겼다. 조정현 한국외대 교수의 경우 “고문방지협약 등 국제인권조약의 해석에 있어 우리 정부의 입장에 명백한 오류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홍 교수는 “북한 어민이 설령 잠재적 국민 내지는 외국인에 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본다 하더라도 이들을 강제로 추방한 정부의 조치는 고문방지협약 제3조의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 어민을 국내에서 형사처벌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현실적 한계에 따라 법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희 인하대 연구원은 “우리 법률에서는 북한에서의 범죄 혐의가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비보호결정 이외에는 범죄 혐의를 합법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형사 사법의 한계점이 있다”며 “남북 인적 교류와 현실을 반영해 실효성 있는 법 제도와 체계를 구축해 남북한 형사 사법의 규범력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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