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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54일만에 가동되지만…법사위·과방위 험로 예고

평균 협상기간보다 개원 13일 늦어

‘민생외면’ 비판에 합의 극적 타결

‘과방위·행안위’ 1년 교대가 실마리

법사위에 강성 의원 포진…충돌 예고

특위 성과 미지수…민생은 속도전

박홍근(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2일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회동에서 원구성 합의를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성형주 기자




여야가 22일 21대 후반기 국회 원 구성에 합의했다. 국회 공백 상태가 된 지 54일 만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하고 상임위원회 배분 등에 합의했다. 양당은 막판 쟁점으로 부각된 행정안전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1년씩 교대로 나눠 맡기로 하면서 극적 합의에 도달했다. 복합 위기가 예고되는 상황에서 민생은 뒷전이라는 비판에 상임위를 절반씩 쪼개 갖는 ‘묘수’를 민주당이 꺼냈고 국민의힘이 이를 수용하며 협상의 물꼬가 트였다. 이에 따라 과방위는 내년 5월 29일까지 민주당이, 이후에는 국민의힘이 맡는다. 행안위의 경우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먼저 맡고 이후에는 민주당으로 넘어간다. 국민의힘은 운영위·법제사법위·국방위 등 7곳의 상임위를, 민주당은 정무위·문화체육관광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등 11곳을 갖게 됐다.

한편 양당은 이른바 ‘검수완박’ 후속 조치의 일환이었던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명칭을 ‘형사사법체계개혁특별위원회’로 바꾸고 위원 정수는 12명, 여야 동수에 위원장은 민주당이 맡기로 했다. 운영 기한은 내년 1월 31일까지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경우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8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구성된다. 여야는 또 연금개별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연금 개혁 방안 등을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 선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성형주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 배분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던 여야가 22일 극적 합의에 이른 것은 원 구성 파행 장기화에 따른 부담이 컸던 것이 주된 요인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정권 초반 지지율 급락으로 국정 운영 측면 지원이 급했고 더불어민주당도 윤석열 정부에 대한 견제가 우선이라는 판단에서 상임위 정상화가 필요했다.

협상은 민주당이 먼저 ‘과방위·행안위 1년씩 교대’를 제안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민주당이 과방위를, 국민의힘이 행안위를 먼저 맡은 뒤 2023년 6월부터 두 상임위를 서로 교체하자는 내용이다. 이 ‘묘수’ 덕에 5월 29일 21대 전반기 국회 종료 뒤 54일 만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1987년 민주화 이후 평균 원 구성 협상 기간(41.4일)에 비해 13일이 늦으면서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 서울경제


◇‘개점휴업’ 장기화 부담에 극적 타결=양당은 당초 협상 시한으로 못 박았던 21일까지도 표면적으로는 한치도 물러나지 않았지만 물밑 협상을 통해 국회 정상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의견 차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날 국회 본회의를 미리 소집해둔 것도 상당한 의견 일치를 이뤘다는 방증이었다. 결국 ‘살라미 전술’까지 동원해 국회의장 선출과 상임위원장 배분을 일괄 타결하지 않고 하나씩 합의를 이루며 국회 정상화에 나섰다. 상임위 배분에 힘겨루기를 하면서도 ‘할 일은 한다’는 모습을 보이는 전략을 취한 셈이다.

◇장기간 대치 끝에 실익 챙긴 여야=협상 결과는 100점은 아니지만 여야 모두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국민의힘은 국정 운영에 필요한 상임위를 모두 챙겼다. 특히 법안 통과 과정에서 ‘상원’ 역할을 하는 법제사법위원회와 대통령실을 소관 기관으로 하는 운영위원회를 확보한 것이 성과다. 또 외교통일·국방·정보위원회 등 안보 관련 상임위를 모두 맡았다. 경제 문제를 다루는 기재위와 내치를 다루는 행안위 역시 국민의힘이 담당한다.



민주당은 정무·국토교통·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 국회의원 사이에서 ‘알짜’로 꼽히는 상임위를 상당 부분 차지했다. 1년씩 교대하기로 했지만 과방위와 행안위를 결과적으로 모두 맡게 된 것도 특징이다. 우선 과방위원장을 맡아 임기 초 여권의 공영방송 장악을 차단하면서 총선 직전에는 선거관리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는 행안위를 담당할 수 있게 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성형주 기자


◇과방위·법사위 강대강 대치 예고=원 구성에 합의했지만 여야의 뇌관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쟁점으로 떠올랐던 법사위와 과방위 위원의 면면을 보면 강 대 강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김남국·김승원·김의겸·박주민·최강욱 의원 등 ‘검찰 개혁’ 의지가 강한 처럼회 의원들을 법사위원으로 대거 보임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전주혜·조수진 의원 등 전투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의원들을 배치해 사법 개혁을 두고 충돌이 예상된다.

협상 막판 문제가 됐던 과방위 구성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국민의힘은 공영방송 편향성 문제 제기에 앞장섰던 박성중·윤두현 의원을 과방위에 보냈다.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역시 과방위원으로 보임돼 공영방송 견제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에 맞서 당내 강경파로 손꼽히는 정청래 의원을 아예 과방위원장으로 내세워 맞대응할 예정이다.

◇특위도 곳곳 암초…민생은 속도전=원 구성 합의와 함께 출범한 3곳의 특별위원회 역시 여야 입장 차가 첨예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 통과와 함께 출범했던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이름을 ‘형사사법체계특별위원회’로 바꾸고 여야 동수로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위원장은 민주당이 맡지만 검찰 개혁에 대한 여야 입장 차가 극명하게 갈려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역시 △법제사법위원회 권한 조정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선 △교육감 선출 방식 개선 등을 논의하는 데 합의했지만 여야 이해관계가 갈리는 내용이 많다. 법사위 권한 조정의 경우 개혁을 요구하는 민주당에 맞서 법사위를 확보한 국민의힘은 변화를 최소화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연금개별특별위원회도 정부·여당과 야당 간 의견 충돌이 빈번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민생 법안 처리에는 속도가 붙은 것으로 보인다. 양 정당은 8월 2일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앞서 출범한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를 통해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직장인 식대 소득공제 확대 △대중교통비 환급 등 고물가 민생 대책 입법을 서두르겠다는 방침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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