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차기 총리 선거에 출마한 리시 수낵 전 재무부 장관이 “중국은 이번 세기 영국과 세계 안보 및 번영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중국에 대한 강경 대응 공약을 내놓았다. 그의 경쟁자인 리즈 트러스 외무부 장관 역시 매파적 대중 정책을 추구하고 있어 누가 총리가 되더라도 영국의 중국 견제가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4일(현지 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수낵 전 장관은 “영국과 서방 정치인들은 너무 오랫동안 중국의 야망을 외면했다”며 “총리가 되면 첫날부터 이 관행을 바꿀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영국 내 공자학원 30개를 모두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가 중국어 및 중국 문화 교육을 위해 세계 각국에 설립한 기관으로, 표면적으로는 교육 기관이지만 실상은 중국 정부와 공산당의 선전도구로 활용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수낵 전 장관은 또 “중국 공산당을 우리 대학에서 쫓아내겠다”며 고등교육 기관들이 해외에서 5만 파운드(약 7900만 원)가 넘는 연구 자금을 지원받을 경우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등 고등교육법안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약에는 이 외에도 영국 국내정보국(MI5)의 중국 스파이 퇴출 활동을 강화하고 중국의 사이버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식 국제 협력을 꾀하겠다는 내용이 포함했다.
수낵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하원 연설에서 “(중국과) 성숙하고 균형 잡힌 관계가 필요하다”고 발언할 정도로 중국에 유화적 태도를 보였던 인물이다.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그가 “중국과 영국 간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있어 분명하고 실용주의적 시각을 가진 유일한 후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또 다른 총리 후보인 트러스 장관이 “수낵 전 장관은 얼마 전까지 영중 경제 및 금융회의를 재개할 계획이었다”라며 그의 중국관을 문제 삼자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수낵 전 장관은 하원의원 투표에서 1위로 최종 당 대표 후보에 올랐지만, 트러스 장관과의 격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보수당원들의 반감을 살 수 있는 ‘친중’ 이미지 불식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대중 관계에서 ‘매파’ 입장을 보여 온 트러스 장관은 자신이 수낵 전 장관보다 강경한 대중 정책을 펴나갈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서 세금·이민정책 등을 놓고 충돌했던 두 후보가 향후 대중 외교에 대해서도 논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파전으로 전개되는 영국 보수당 신임 대표 겸 총리는 보수당 당원 17만 명의 투표를 거쳐 9월5일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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