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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지원서비스, 대상자의 소득기반 마련의 대안 제시부터 시작해야

[알쓸은잡×라이프앤커리어디자이너스쿨] 이태재 은퇴&진로설계연구소 대표_4편

단기적인 소득기반 있어야 성공적인 재취업 가능

실업급여, 퇴직금, 비상자금 등이 대표적인 대안

이미지=최정문




지난 2020년 5월 1일부터 근로자 수 1,000명 이상의 기업은 퇴직예정자에게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정년 등 비자발적 사유로 이직이 예정된 50세 이상의 근로자에게 진로설계, 취업 알선, 취·창업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퇴직 이후 생애설계의 기회제공 및 이직의 불안 해소를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1,000명 이상의 대기업에서 정년퇴직하는 근로자들은 대부분 근속기간도 길고 퇴직 당시 보유자산도 상당해서 퇴직 후 재취업에 대한 동기가 약하다. 경제적 동기에 의한 재취업 의지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30년 넘게 일했으니 이제는 좀 쉬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퇴직하고 1년 정도 쉬다 보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퇴직하고 한참 지난 후의 일이다. 재취업지원서비스를 받을 때의 생각은 아니다.

물론 재취업지원서비스 중 하나인 ‘진로설계’ 서비스에 보면 재취업 진로뿐만 아니라 자기개발과 사회봉사 영역에 대해 진로설계도 할 수 있게 되어있다. 재취업 의사가 없는 근로자들은 이들 영역에 대해 진로를 설계하면 된다.

재취업지원서비스가 법적으로 의무화되기 이전부터 공공과 민간에서는 ‘전직지원서비스’라는 이름으로 희망퇴직자들의 전직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었다. 주로 회사 경영상의 이유로 과거의 구조조정처럼 비자발적 조기퇴직을 하는 사람들의 전직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갑작스러운 실직으로 인한 좌절감을 심리적 안정, 자신감 고취 등을 통해 회복하고, 자기 이해 및 진로 결정, 구직과 창업에 필요한 상담 및 교육을 통해서, 조기에 직업전선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통계청 조사(2021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 퇴직할 당시의 평균 연령은 남자는 51.2세, 여자는 47.7세라고 한다. 연령대로 보면 50대 퇴직자가 가장 많으며, 60~64세 퇴직한 사람들은 12.6%에 지나지 않는다. 이 통계의 조사 대상이 55세부터 64세 사이의 연령대 사람들인 걸 보면, 2016년 1월 1일부터 근로자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고령자고용법’이 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정년 전 조기 퇴직이니 대부분 비자발적 퇴직자들이다.

이들이 전직지원서비스를 받는다고 해서 곧바로 재취업에 성공하는 것도 아니니, 서비스에 대한 수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재취업에 성공하기 전까지의 생계유지를 위한 소득기반 조성의 대안을 제시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특히 가계의 소비지출 규모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인 50대 초·중반에 비자발적 퇴직을 당하는 근로자들은 퇴직 후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만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수입원이 있어야 제대로 된 재취업도 가능하다. 조바심내지 않고 시간적 여유를 갖고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새로운 직업을 탐색하는 등의 유연한 재취업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하고 생계문제 때문에 받아주는 곳을 찾아 급하게 재취업을 하게 되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시 퇴직하게 된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최신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직업훈련과정에 참여할 수도 있다. 특히 사무직 근로자로 퇴직한 경우에는 경력을 활용한 재취업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보는 것이 좋다.

특별한 기술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노무직 일자리는 그만큼 대우도 좋지 않기 때문에 이직이 잦으며, 그에 따라 채용도 잦은 편이다. 급한 상황에서 쉽게 들어갈 수 있다고 이런 일자리를 전전하다 보면 갈수록 취업역량은 떨어지게 된다.

반면, 자기개발을 통한 새로운 전문자격의 취득이나 자신의 전문성을 심화시키기 위한 학위의 취득 등은 이른 퇴직이 오히려 자신의 직업 영역을 확장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모두가 소득기반 마련이 중요한 이유다.

갑작스러운 실직으로 인한 배신감, 분노, 좌절감 등의 심리적 스트레스 또한 생계유지가 가능할 정도의 소득기반이 마련된다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분노와 좌절감은 퇴직과 동시에 그동안 꼬박꼬박 잘 나오던 월급이 끊기게 되는 것에서 그 근본 원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퇴직위로금을 받고 나오는 퇴직자의 심적 스트레스가 그리 크지 않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대기업이나 금융권 등에서 고액의 명퇴금이라도 받고 나오면 생계유지에는 걱정이 없지만,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의 퇴직자들은 생계문제에 대한 대책도 없이 전직 시장으로 진입하게 된다.

조기 퇴직자의 단기적인 소득기반 마련을 위한 대안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실업급여를 잘 받는다.

고용보험 가입 사업장에서 주 5일 근무로 7개월 반 이상 근무하다가 비자발적 퇴직을 하게 되면 받을 수 있는 게 실업급여다. 근로자 1인 이상 사업장은 모두 고용보험 적용사업장이니 내가 근로자로 근무한 사업이나 사업장은 당연히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다.

실업급여는 근속기간과 나이에 따라 최소 4개월에서 최대 9개월까지 받을 수 있다. 직업 공백기가 길지 않을 것 같다면 실업급여만으로도 당분간의 최소생활 유지는 가능하다. 실업급여 최소 일액은 60,120원으로 30일분으로 치면 180만 원 정도다.

실직자의 구직활동 기간의 생계유지와 활발한 구직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급하는 것이 실업급여지만, 일 안 하고 공짜로 받는다는 생각에 재취업을 미루게 되는 역기능이 있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로 ‘조기재취업수당’ 제도가 마련돼 있다. 실업급여 수급자가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 일수의 절반 이상을 남겨 놓고, 재취업에 성공해 1년 이상 근속하면, 못 받은 나머지 실업급여의 절반을 일시금으로 받는 제도다.

실업급여를 받는 중에 좋은 일자리가 나왔다면, 실업급여를 포기하고라도 우선 취업해야 한다. 왜냐하면, 실업급여는 한정된 기간만 받는 것이고, 좋은 일자리는 나 말고도 노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못 받은 실업급여는 조기재취업수당으로 받으면 된다.

둘째, 비상자금을 활용한다.

실업급여를 받는 동안 적극적인 재취업 활동을 했음에도 취업하지 못했거나, 새로운 기술을 배우느라 재취업이 늦어지고 있다면 소득 공백 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선 그동안 모아둔 목돈을 헐어서 쓰는 수밖에 없다. 즉 가계의 비상자금을 활용하는 것이다.

비상자금이란 가계의 주 소득원이 사고 및 질병이나 퇴직 등으로 소득 활동이 중단될 경우 당분간의 생활자금으로 쓸 돈이다. 굳이 비상자금용으로 모아둔 돈이 아니더라도 이런 비상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목돈이 있다면 그게 비상자금이다.



비상자금을 먼저 헐어 쓸 것인지 퇴직금을 먼저 쓸 것인지에 대한 순서는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퇴직금은 나의 마지막 목돈이라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쓰지 말고 모아서 노후자금으로 쓸 것을 권한다

예?적금 같은 금융상품을 해지해서 쓸 수도 있지만, 이들 상품은 중도해지를 하면 약정된 이자를 다 받지 못하거나 원금손실이 될 수도 있으니, 우선 묶여있지 않은 목돈을 먼저 쓰자는 것이다.

셋째, 퇴직금을 활용한다.

퇴직금 지급규정을 보면 ‘4주간 평균 주당 15시간 일하는 직장에서 1년 이상 재직 후 퇴직하는 경우’에 근속연수에 비례해서 받을 수 있다. 근로자가 퇴직 후 14일 안에 지급돼야 하며, 퇴직연금에 가입 중이라면 퇴직연금 사업자(금융회사)를 통해 지급된다.

지난 2022년 4월부터는 모든 퇴직자의 퇴직급여(퇴직금과 퇴직연금을 합해서 이르는 말)를 IRP 계좌에 의무적으로 입금하게 돼 있다. IRP 계좌란 개인형 퇴직연금 계좌로서 근로자가 퇴직할 때마다 받게 되는 퇴직급여를 차곡차곡 모아서 노후자금으로 쓸 수 있게 하려고 만드는 계좌다. 퇴직급여를 IRP 계좌로 받으면 퇴직급여에 대한 세금(퇴직소득세)을 떼지 않고 전액 입금해준다.

퇴직급여가 IRP 계좌로 들어가면 특별한 사유 외에는 인출이 안 된다. 즉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서 정하고 있는 중도인출 사유로만 인출이 가능하다. 무주택자의 주택구입이나 전세자금, 근로자 또는 부양가족의 6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질병?부상 등의 사유로만 중도인출이 가능하다. ‘근로자의 조기퇴직’이라는 사유는 없다.

중도인출은 안 되지만 IRP 계좌의 해지는 가능하다. 해지하면 전액인출이 가능하지만, 퇴직소득세에 대한 감면 혜택은 없다. 감면 혜택만 못 받을 뿐 원래 내는 세금보다 더 내지는 않으니, 가계 비상자금까지 소진한 뒤에는 IRP 계좌를 해지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해지할 것에 대비해서 퇴직급여 수령용 IRP 계좌에는 세액공제를 위한 개인부담금은 넣지 않도록 한다.

만 55세가 넘은 퇴직자라면 퇴직급여를 아예 일반계좌로 받을 수도 있고, IRP 계좌로 받아 연금으로 인출할 수도 있다. 이렇게 연금으로 인출하면 원래 내야 할 퇴직소득세를 30% 감면해준다. 퇴직급여를 노후자금으로 쓰도록 유도하려는 조치다. 10년 이상의 기간에 고르게 나누어 인출하도록 연간 연금수령 한도가 정해져 있으며, 이 한도 내로 인출해야 절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만약 한도를 초과해 인출하게 되면 초과 인출 부분에 대해서만 절세 혜택이 없다.

넷째, 가입 중인 금융상품을 해지한다.

이 상황까지는 가지 말아야겠지만, 나에게 꼭 필요한 자격증의 취득 등으로 재취업 준비 기간이 오래 걸린다면, 멋진 재도약을 위한 잠깐의 움츠림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어 충분히 감내해야 할 상황이다.

가입 중인 금융상품의 해지는 이자손실이나 투자원금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가능하면 해지 시 손실이 적은 상품부터 해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우선 해지해도 불이익이 없는 주식이나 펀드상품부터 해지한다. 단, 이들 상품이 원금손실 상태에 있다면 해지 우선순위가 뒤로 미루어진다. 환매 시 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펀드상품이라면 수수료도 고려해야 한다.

그 다음은 퇴직으로 인해 더 이상 납입이 어려운 적금상품이다. 그리고 정기예금 상품인데 예·적금상품이 여러 개 있다면 금리가 낮은 상품, 가입한 지 오래되지 않은 상품 순으로 해지한다.

연금상품은 연금수령조건을 갖췄다면 가능한 한 연금으로 인출하는 것이 좋다.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연금보험’은 가입 후 10년 이상 지났으면 연금으로 받든 일시금으로 받든 이자소득세가 비과세 된다. 세액공제 받은 ‘연금저축상품’은 해지 시 고율의 세금을 추징당하기 때문에 해지 순서를 뒤로 미뤄야 한다.

끝으로 보험상품인데 보장성 보험은 해지 시 손실이 크고 나중에 형편이 좋아져서 다시 가입하려 해도 불가능할 수 있으므로, 해지 순서를 최후로 미뤄 놓아야 한다. 다만, 변액연금보험 등 저축성 보험상품은 앞의 주식이나 펀드와 수익 및 원금손실 정도를 비교해서 해지 순서를 정하도록 한다.

정년퇴직자의 장기적인 소득기반 마련

정년퇴직 등 예정됐던 퇴직을 맞이했고 은퇴자금도 어느 정도 준비된 상태라면, 공·사적 연금 등을 활용해 장기적이고 다양한 소득원으로 대체가 가능할 것이다. 퇴직한 다음 달부터 시작해서 종신토록 언제부터, 어떤 연금을, 얼마씩 인출해서, 가계 총 현금 흐름을 어느 규모로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서를 작성해봐야 한다.

연금인출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받는 시기와 기간에 따라 수령액이 달라지고 세금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청구 시기에 따라 수령액이 달라지는 국민연금을 청구할 때는 연금수령액과 관련되는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과 기초연금 수령에 영향을 미치는 것까지 고려해서 청구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사적연금인 연금저축과 IRP 계좌에서 연금을 인출할 때는 절세적 인출전략이 필요하며, 인출 기간에 투자와 운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도 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퇴직을 당하고 다달이 들어오던 월급이 끊기면 우리는 불안하다. 대부분 월급쟁이는 월급으로만 살아왔고, 또 그렇게 살 줄밖에 모르는데, 그 월급이 끊기게 됐으니 막막할 수밖에.

전직지원서비스 제공자는 대상자의 이런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소득기반 마련의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대상자의 서비스에 대한 수용도를 높이고, 안정적인 상황에서 충분한 역량개발과 탐색을 거쳐 성공적인 전직이 가능하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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