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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경찰 조사 재차 거부…"엘리베이터 설치가 먼저"

편의시설 갖춘 남대문서가 병합 수사 맡기로

박경석 대표 "편의시설 갖춰지면 조사 받겠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5일 종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출근길 지하철 승하차 시위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경찰서 내에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사를 재차 거부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25일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도록 한) 장애인 편의증진법이 제정된 지 24년이 지났지만, 종로경찰서도 장애인에게 제공해야 할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다"며 조사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초까지 신용산역, 삼각지역, 경복궁역 등지에서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34차례 진행했다. 이에 관해 경찰은 도로를 점거하거나 열차 운행을 방해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및 기차·선박 등의 교통방해죄) 등으로 전장연 관계자들을 수사 중이다.

전장연 관계자들은 경찰의 출석 요구를 받고 이달 14일에 혜화경찰서, 19일에는 용산경찰서에 출석했으나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이유로 경찰서 앞에서 조사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날도 다음 달 4일까지 출석하라고 통보된 요구서를 지참해 종로서에 나왔으나 같은 이유로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장연이 언급한 장애인 편의증진법의 정식 명칭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로 1998년 4월부터 시행됐다. 전장연에 출석 요구를 했던 종로·용산·혜화·수서·영등포·남대문 등 서울경찰청 산하 6개 경찰서 가운데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은 종로·혜화·용산 등 3개서는 장애인등편의법 시행 이전에 준공돼 해당 법 적용대상은 아니다.

다만 전장연의 요구에 최근 서울경찰청은 수사 대상자들의 조사 편의성과 수사 효율성을 고려해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춘 서울 남대문 경찰서를 집중수사관서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6개 경찰서에서 각각 수사 중이었던 전장연 관련 사건은 남대문서가 모두 병합해서 수사하게 됐다. 서울경찰청은 향후 박 대표 등 수사 대상자에게 남대문서로 출석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종로서도 이달 22일 전장연 측에 관련 사건을 남대문서에 이송했다고 통보한 상태였다.

해당 조치에 대해 박 대표는 "편의시설이 갖춰진 남대문서에서 다 몰아서 조사하겠다고 통보하는 것은 '꼼수'"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24년 동안 서울경찰청 산하 경찰서가 정당하게 제공해야 할 장애인 편의시설을 제공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하고 이에 대해 전수 조사를 한 후 법을 지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해달라"며 "그것이 다 이행됐을 때 우리도 조사받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기자회견 후 김광호 청장에게 장애인 편의증진법 이행을 요구하는 공문을 종로서 측에 전달했다. 전장연 측은 내달 2일 오후 2시에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대문서에서 조사를 받을지 등에 관한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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