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첫 법무부 장관과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법무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강하게 맞붙었다. 전직 장관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정부의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업무를 두고 “한동훈 1인 지배”라고 공격하자 현직 장관인 한동훈 장관은 “과거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했던 인사 검증 업무도 위법이냐”고 받아쳤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박 의원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설치를 ‘법치 농단’으로 규정하며 “한 장관 마음에 들면 검증 안 하고 (한 장관) 마음에 안 들면 검증하는 것이냐”고 짚었다. 이어 “법무부 장관은 18개 국무위원 중 한 사람에 불과하다”며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 대통령의 수석들을 검증하고 있는 왕 중의 왕, 1인 지배 시대를 한 장관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한 장관은 “과거에 민정수석실이 인사혁신처에서 위임 받아 인사 검증을 할 때도 똑같은 규정에 따라서 진행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밀실에서 진행되던 것을 부처의 통상 업무로 전환한 것”이라며 “이것이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진일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 인사를 한 것을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박 의원이 “(검찰총장이) 두 달째 공석인데 대검 검사급, 고검 검사급, 평검사 (인사) 전부 한 장관이 해버렸다. 전례가 있냐”고 묻자 한 장관은 “과거 의원님이 장관이실 때 검찰총장을 패싱하고 인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내가 두 차례 걸쳐 윤석열 검찰총장과 인사 협의를 했다. 2시간 중 1시간 50분을 윤 총장이 말했다”고 반박하자 한 장관도 “저는 그때와 달리 충실히 인사를 했다는 말씀이다”라며 다시 반박했다.
이들의 공방은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이재명 의원의 부인 김혜경 여사 관련 의혹으로도 이어졌다. 박 의원이 김건희 여사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에 대해 “수사하느냐”고 묻자 한 장관은 “과거 정권부터 오래 수사해온 사안으로 충분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곧 결론이 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곧바로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와 관련해 “130여 회 압수수색이 과도하다”고 지적하자 한 장관은 “저는 의원님과 달리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개입하지 않겠다고 이미 말씀드렸다. 제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남발하거나 그러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전·현직 장관의 기싸움은 의원석으로 번졌다. 한 장관의 발언에 야당 의원들은 야유를 보냈으며 반면 여당 의원들은 박수로 한 장관을 응원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설치에 대해서도 집중 공세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경찰국 신설 보류 의견을 낸 경찰서장 회의(총경 회의)를 전두환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비유한 것을 두고 “법 위반도 없는데 내란에 비유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장관이 총경 회의의 위법 사유를 “일선 지휘관의 경우는 위수지역을 이탈하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고 답하자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참석자들이) 관외 여행 신고 절차를 다 밟았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총경 회의를) 내란에 비유했다. 내란은 목적이 있어야 한다”며 “내란 목적이 뭐가 있냐”고 묻자 이 장관은 “위험성을 말한 것이다. 내란이라는 말은 쓰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쿠데타와 내란이 다르다는 유일한 학설이 나온 것 같다”며 “검사들의 집단행동은 적법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 장관이 “그것(검사 회의)과는 다르다”며 물러서지 않자 박 의원은 “아전인수”라고 짚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탈북 어민 북송 사건’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집중 거론하며 문재인 정부를 정조준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북송 사건’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며 현재 진행 중인 수사를 통해 사건 진상이 명백하게 규명되길 기대한다”며 “유엔 총회, 인권이사회 등을 포함해 북한 인권 논의에 적극 동참하고 자유·민주·인권의 가치를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적극 발신하겠다”고 말했다. 한 장관도 가세했다. 한 장관은 태영호 의원의 관련 질의에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헌법 국민의 신체를 강제하려는 조치에는 법률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아울러 북송을 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단언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언급했다. 이 장관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우리 실종 공무원이 북한 해역에 있다는 점을 확인했을 때 좀 더 적극적으로 구조와 송환을 북측에 요청을 했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며 “그런 부분들은 미흡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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