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 수뇌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일선 경찰들의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오히려 커지는 양상이다. 특히 23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전 울산중부경찰서장(총경)이 당일 대기 발령 조치를 받고 회의에 참석했던 서장들에 대한 감찰이 진행되자 더욱 거세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이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12·12 쿠데타’ 발언이 반발 기류에 기름을 끼얹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선 경찰들은 30일로 예정된 경감·경위급 회의에 일선 지휘관인 지구대장·파출소장도 참여하자고 제안하며 집단행동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유근창 경남 마산동부경찰서 양덕지구대장(경감)은 25일 오전 경찰 내부망에 “전국 팀장 회의에 전국 지구대장과 파출소장의 참석도 제안하며 저부터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유 경감은 “총경들은 단지 경찰을 걱정했는데 돌아온 것은 대기 발령과 감찰이었다”며 “팀장들도 같이하겠다는데 지구대장과 파출소장도 동참하는 게 동료의 의리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 글에는 약 2시간 만에 ‘적극 동참한다’는 내용의 댓글이 150여 개 달렸다. 전국의 지구대·파출소는 약 2000여 개로 대장·소장은 경감·경위급이 맡고 있다.
유 경감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현재까지 윗선에서 모임 참석 금지 요청이나 징계 예고 등은 없었다”며 “현장에 오지 못하지만 회의 중계 상황을 보고 싶다는 분들이 많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동영상 사이트 등을 통해 중계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릴레이 삭발과 단식 등으로 반발을 이어오던 경찰 직장협의회(직협)도 이날 단체행동을 다시 재개했다. 직협과 국가공무원노조 경찰청 지부 등은 서울역과 주요 고속철도(KTX) 역사에서 대국민 홍보전을 열었다. 직협은 또 경찰청 앞에서 류 총경을 응원하고 경찰국 철회를 요구하는 1인 시위도 벌였다. 울산 지역 5개 경찰서 직협도 경찰서별로 돌아가며 1인 시위에 나섰다.
경찰 내부망에는 총경 바로 아래 계급인 경정급(경찰서 과장)의 행동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서울 지역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경찰에서 제일 높은 중간 관리자인 경정급은 지금 눈치를 볼 때가 아니다”라며 “총경과 경감·경위가 나서는데 경정은 뭐하느냐”고 동참을 촉구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행안부의 경찰국 설치 과정에서 일선 경찰들에 대한 설득 과정이 부족했다”면서 “징계 받은 경찰관들이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헌법 소원을 내는 등 소송전으로 번지면 사태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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