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근현대사는 아프다. 일제 식민 지배가 있었고 동족 간의 전쟁이 있었다. 해방과 동시에 비롯된 분단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권위주의 정부 체제가 오랜 기간 지속됐다. 아픈 역사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성립된 건 결코 저절로 된 것이 아니다. 많은 분들의 헌신과 희생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사회를 위해 헌신한 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선양하고 그 희생과 공헌에 상응하는 예우·지원을 위해 제정된 법이 국가보훈기본법이다. 일반법으로 국가유공자법과 개별법으로서 독립유공자법·참전유공자법·고엽제법 등이 순차적으로 제정됐다. 국가보훈법 제18조에서는 일제로부터 조국의 자주독립, 국가의 수호 또는 안전 보장,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의 발전, 국민의 생명 또는 재산의 보호 등 공무 수행을 위해 특별히 희생하거나 공헌한 사람을 ‘희생·공헌자’로 인정하고 있다. 국가유공자법 제4조는 순국선열·애국지사, 전몰·전상군경, 순직·공상군경, 무공·보국수훈자, 6·25 참전 재일학도의용군인, 참전유공자, 4·19혁명 사망·부상·공로자, 순직·공상공무원, 국가사회발전 특별공로 순직자·특별공로상이자, 특별공로자를 국가유공자로서 예우하도록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일제에 항거한 독립유공자와 6·25 참전유공자, 4·19혁명 등 민주화운동 유공자는 물론 공무 수행 중 순직하거나 상해를 입은 군인·경찰·공무원 등을 국가유공자로 예우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들에게는 보훈급여금을 지급하고 교육 및 취업을 지원하며 의료 지원과 장기 저리 대부가 이뤄진다. 이 밖에도 양로, 양육, 생업 지원, 주택 우선 공급, 수송 시설 이용 지원 등도 제공되도록 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서는 2002년 1월 26일 ‘5·18유공자법’이 특별히 제정됐다.
최근 야당은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제안 이유에서는 ‘국가가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희생된 자 등에 대한 합당한 예우를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에 대해서만 관련 법률이 있을 뿐 다른 민주화운동 관련자에 대해서는 이에 합당한 예우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해당 법률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민주화운동 유공자에 대한 예우가 필요함은 당연하다. 그런데 민주화운동 유공자와 관련해서는 이미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민주화보상법)’이 있다. 민주화보상법은 국가유공자법과 달리 교육·취업 지원이 없고 보상금과 의료지원금·생활지원금만 지원한다. 이에 따라 야당이 제정 추진 중인 법률안은 민주화운동 유공자에게 보상금 등에 더해 교육·취업 지원 등 예우까지 제공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지원 외에 교육 지원, 특히 취업 지원은 요즘 우리 사회 젊은이들에게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국민들, 특히 젊은이들의 동의 없이 추진되는 입법은 오히려 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의 얼에 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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