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장이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반대를 위한 모임을 강행한 데 대해 ‘공권력 집행 책임자들의 집단 행동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경찰 내부의 경찰국 반대 움직임이 확산될지 여부가 주목되는 가운데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25일 경찰서장회의에 대해 거친 발언을 쏟아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 장관은 출근길에 “각자의 위수 지역을 비워놓고 모임을 한 것은 거의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브리핑에서는 “경찰서장 모임을 주도하는 특정 그룹이 있다”며 사실상 경찰대 출신 등을 지목했다.
주무 장관으로서 경찰 지휘부의 해산 지시를 어기고 자신의 관할 지역을 벗어나 집단 모임을 연 경찰 간부들을 꾸짖는 것은 당연하다. “민정수석의 지휘를 받으면 독립이고 행안 장관 아래 있으면 독립 침해라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주장”이라는 이 장관의 지적도 옳다. 하지만 ‘쿠데타’라는 격한 표현으로 분노의 감정을 드러낸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찰 수사의 독립성·중립성은 보장하되 비대해진 경찰을 민주적으로 견제하기 위한 경찰국 신설은 필요하다. 검찰과 국세청은 각각 법무부 검찰국과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통제를 받는데 경찰만 예외로 둘 수는 없다. 과거 정부에서 경찰 통제 업무를 맡았던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새 정부에서는 폐지된 만큼 이제 행안부 경찰국 신설은 불가피하다.
경찰국 신설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으로 막강해진 경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유효한 수단임을 이해시킬 책임은 정부에 있다. 파출소장까지 포함한 경감·경위급 전국팀장회의까지 추진되는 상황에서 이 장관의 무리한 언행은 경찰을 더 자극할 수 있다. 정권 실세로 주목받는 이 장관의 빗나간 말 한마디 때문에 경찰국 신설이 정당한 견제가 아니라 과잉 간섭으로 비칠 우려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미 국민은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 간부의 집단 행동에 문제가 많다는 점을 안다. 극단적 표현보다 정제된 말로 설득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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