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초 예상과 달리 전날 노병대회에 불참했다. 최근 19일째 공개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백악관이 최근 북한의 7차 핵실험 준비가 끝났다는 평가를 다시 제기한 가운데 북한의 핵실험 시기와 관련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27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이 ‘전승절’로 칭하는 정전협정 체결 69주년 기념 노병대회에 김 위원장이 불참했다. 이 행사에는 김덕훈 내각 총리와 조용원·최룡해·박정천·리병철 당 정치국 상무위원 등이 참여했다. 당초 김 위원장이 참석해 핵실험 가능성과 대남·대미 전략에 대해 발언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평가됐는데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총 7번의 노병대회 가운데 3번 참석한 바 있다. 지난해에도 주석단에 서서 발언했는데 올해는 남측의 정권 교체로 핵 무력과 대결 의지 등을 밝히는 발언을 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평가됐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불참하면서 노병대회 연설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명의의 축하문으로 대체됐다. 당 중앙위는 축하문에서 “이 땅에서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세대를 이어가야 할 혁명의 길은 제국주의와의 첨예한 대결을 동반한다”고 투쟁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전날 노병대회를 비롯해 19일째 잠행을 이어가면서 숨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에도 한 달 가량 잠행을 이어가다 북한 정권의 ‘혁명성지’로 여기는 삼지연에 돌연 등장해 눈길을 끈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당시 “삼지연에서 축적한 경험을 장려해 사회건설을 다그쳐야 한다”며 내치를 강조하는 발언을 했었다. 이번에는 남측에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첫 잠행인 만큼 대남 전술을 의식한 행보일 수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는 대북 강경노선을 펴는 가운데 전 정권에서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북한어부 강제북송 사건 등도 들춰내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달가운 상황이 아닌 만큼 어떤 식으로든 남측에 경고 메시지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 위원장의 잠행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는데 재등장할 때 의미 있는 메시지가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수해와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한 북한 민심을 추스르고 남측과 미국을 압박하는 경고성 행보가 나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잠행이 핵실험과 관련성이 있을 수 있다고 평가한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6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실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했다”며 “시기에 대해선 추측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마치고 시기만 조율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또 다른 대북 전문가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북한으로선 불편한 행보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김 위원장이나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1부부장 명의의 담화문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북한이 엄포성 담화보다 핵실험 등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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