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칭한 것을 두고 “이 대표가 어떠한 경우에도 당 대표로 돌아올 수 없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 전 원장은 27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당무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강조한 윤 대통령의 거짓말이 집권 100일도 안 돼 탄로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일부러 휴대폰 화면을 노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도가 있다고 본다”며 “의도가 있건 실수를 했건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국민들에게 공개되게 한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내에서 여러 공격을 받던 권 원내대표가 ‘나는 대통령과 문자나 이모티콘을 주고받는 돈독한 관계‘라는 것을 과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원장은 이 대표를 향해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징계를 받았으면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집권 여당이 경제나 물가를 살리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 투쟁으로 계속 빠지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박 전 원장은 윤 대통령과 권 원대대표의 메시지에 등장한 ‘강기훈’이라는 인물이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많다”며 “윤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 간에 앞으로의 정치적 구상에 대해 많은 대화가 있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 대신 이 분을 내세워 청년정치를 할 수도 있고, 배후에 숨은 뜻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강기훈은 1980년생 정치인으로 2019년 대안 우파 성향의 ‘자유의 새벽당’ 창당을 주도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강기훈이 권 원대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앞서 전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 도중 권 원내대표와 윤 대통령이 나눈 문자 메시지가 포착됐다.
텔레그램 대화에서 윤 대통령은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한다”며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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