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 시간) 열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를 앞두고 시장의 눈은 금리 인상 폭 자체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내놓을 메시지에 쏠리고 있다.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가 사실상 시간문제로 받아들여지면서 월가가 이제 연준의 기조 전환(피봇) 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연착륙의 끈을 놓지 않는 연준 입장에서는 ‘매파’적 태도로 침체 우려를 증폭시키기도, 피봇 가능성을 내비쳐 인플레이션 완화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향후 행보에 대한 연준의 가이던스가 많을수록 연준의 입지는 물론 금리 인상 효과도 약해질 것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 시간) “파월 의장이 (이번 FOMC 회의 후) 추후 금리 인상 폭에 대해 덜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침묵이 향후 연준의 행보를 결정하는 데 더 큰 유연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물가와 경기 동향이 불투명한 시점인 만큼 이번 FOMC에서는 명확한 가이던스를 주지 않고 9월 FOMC 전에 고용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추가 데이터를 확보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평소 정보 제공을 중요시하는 연준의 원칙을 고려하면 다소 동떨어진 전망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여러 지역 중앙은행 총재들과의 간담회에서 “최근 미국 모기지 금리 등이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더 빨리 올라가는 것은 시장이 연준의 의도를 명확히 읽었기 때문”이라며 “이를 통해 연준의 금리 인상만으로 가능한 수준보다 더 빠르게 경제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며 포워드가이던스 제공을 적극 옹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FOMC에서는 파월 의장이 말을 아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보고서에 “연준 관계자들은 (7월 금리 결정 이후) 선택지를 열어놓고 싶어한다”며 “어떤 식의 강력한 가이던스도 회피할 것”이라고 썼다. 전 연준 선임이코노미스트인 윌리엄 잉글리시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도 “나라면 다음 두 번 정도 회의에 대한 전망을 피하려 할 것”이라며 “연준이 인플레이션이나 경제의 향방을 정말 알지 못하기 때문에 가이던스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번 FOMC는 금리 인상 폭보다 앞으로의 상황에 더 큰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에서 진행되고 있다. 6월 물가가 9%대까지 치솟았지만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이미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등 연준 내 매파가 1%포인트가 아닌 0.75%포인트 지지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이날 CNBC가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이코노미스트 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63%는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고 답했고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응답은 22%에 그쳤다. 특히 12개월 내 경기 침체 확률이 55%로 집계돼 5월 조사 당시보다 20%포인트 높아졌다. 피에르올리비에 구랭샤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할 가능성이 매우 낮을 수 있다”며 "작은 충격조차 미국을 경기 침체로 기울도록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이날 발표한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보다 1.4%포인트 낮춘 2.3%로 제시했다.
다만 연준이 이번 기회에 지속적인 금리 인상 의지를 명확히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헤지펀드계의 거물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트위터에 “더 많은 시장 참여자가 연준의 기조 전환을 믿을수록 연준의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효과는 퇴색한다. 이 경우 연준은 계속 금리를 올려야 하고 인플레이션은 경제 깊숙이 자리 잡게 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연준이 기조 전환 메시지를 줄 경우 경제와 시장에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이다.
애크먼 CEO는 “미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의 신뢰를 갉아먹는 인플레이션 그 자체”라며 “연준이 이를 알고 있으므로 파월 의장이 강경한 금리 인상 기조를 오래 유지하고 3.4%보다 훨씬 높은 최종 금리를 향해 강경한 의지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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