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위기에 시달리는 유럽에서도 경기 침체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이자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인 이냐치오 비스코는 “(유럽에) 경기 침체 위험이 있다”며 “(침체에 대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유럽위원회가 발표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7월 소비자신뢰지수는 -27.0으로 전월(-23.8) 대비 급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비스코 총재는 “실물경제에서 우리가 보는 것들이 그리 고무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유럽의 침체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유로존이 이미 경기 침체에 진입했다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분기에는 전기 대비 -0.1%, 4분기에는 -0.2%를 기록하고 내년에야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건은 아직 유럽이 경기 침체에 진입하지는 않았지만 올해 말부터 경기 침체가 시작돼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3분기 GDP 성장률은 0.5%를 기록하지만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모두 -0.5%를 기록하는 등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면서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개별 회원국의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재정위기 논란에 휩싸인 이탈리아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이탈리아는 10년물·5년물 국채를 각각 3.46%, 2.82%의 수익률로 발행했다. 이는 2013년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전날 독일이 10년물 국채를 이달 초보다 0.28%포인트나 낮은 0.94%의 수익률에 발행한 것과 대조적이다. FT는 “국채 수익률에 있어 독일과 이탈리아 간의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은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사임한 뒤 투자자들이 이탈리아 국채를 보유하는 것과 관련해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드라기 총리가 사임하기 전에도 이미 이탈리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식량 및 연료 가격 급등과 ECB의 양적완화 정책 종료 등으로 고전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변덕스러운 천연가스 공급은 유럽 경제의 발목을 잡는 최대 변수다. 러시아 국영 가스 업체 가스프롬이 노르트스트림1을 통해 가스 공급을 재개한 지 불과 며칠 만에 공급량을 기존의 20% 수준으로 더욱 줄이면서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다시 고조되고 있다. 미 CNBC방송은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줄임에 따라 유럽의 경제 위축은 이제 확정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전문가들은 상황이 극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유럽이 힘겨운 겨울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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