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기술적 침체’ 단계에 빠진 것을 시작으로 글로벌 경기 냉각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가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의 충격으로 침체될 것이라는 경고음이 갈수록 커지고 중국 역시 올해 3%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구원투수’ 없는 전 세계 동반 침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체력이 약해진 미국 경제가 유럽의 지정학적 위기로 더 취약해지고 이는 다시 유럽 경제를 악화시키는 ‘침체의 소용돌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8일(현지 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물가를 잡으면서 경제를 연착륙시키려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외줄타기가 결국 실패할 것이라며 미국 경제가 연말에 침체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9%에 그치면서 경기 침체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침체론’에 힘을 실은 것이다.
미국의 취약한 GDP 지표는 글로벌 경기 향방에 대한 우려도 증폭시키고 있다. 당장 침체가 우려되는 곳은 유럽이다. 29일 발표된 독일의 2분기 GDP 성장률이 시장 전망치(0.1%포인트)를 밑돌아 제자리걸음(0%)을 하면서 유럽의 경제 최강국도 침체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 실정이다. 유로존의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7%로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9%까지 치솟으며 9월 유럽중앙은행(ECB)의 고강도 긴축과 그로 인한 경기 위축 가능성 또한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아시아 최대 경제국인 중국도 2분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0.4%에 그치면서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3.3%까지 하향 조정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각국 경제가 서로의 발목을 잡아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코레미라뱅크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빌 애덤스는 “유럽의 지정학적 문제가 바로 미국 경제를 위기에 몰아넣는 요인일 수 있다”며 “올겨울 유럽 에너지 위기 같은 또 다른 부정적 요인은 외부 충격에 취약해진 미국이 침체에 빠질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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