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2개 분기 연속 역(逆)성장해 글로벌 경기 침체 공포가 커지고 있다. 28일 미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 1분기 -1.6%에 이어 2분기 -0.9%를 기록했다. 중국과 유럽 경제도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은 0.4%로 추락했다. 유럽의 성장률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감축과 긴축 등으로 올해 1%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글로벌 경제 위축은 한국 경제에 적신호다. 통계청의 6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 증가율(전월 대비)은 -0.9%로 집계됐다. 소매판매가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24년여 만에 처음이다. 우리나라 수출은 2분기에 전기 대비 3.1% 줄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은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 하원은 28일 반도체 산업 육성에 2800억 달러를 투입하는 ‘반도체지원법’을 통과시켰다.
거세지는 복합 위기의 파고를 넘고 기술 패권 다툼에서 살아남으려면 초격차 기술 확보와 첨단 인재 육성, 규제·노동 개혁 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런데도 여당인 국민의힘은 미래 비전은커녕 위기 극복을 위한 화두나 대책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집안싸움으로 허송세월하고 있다. 최근에는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문자가 유출된 소동을 계기로 이준석 대표와 ‘윤핵관’ 간의 ‘양두구육(羊頭狗肉)’ 논쟁이 벌어지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소수 여당이 힘을 모으지는 못할망정 내홍으로 제 역할을 못하는데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하겠는가. 29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28%로 취임 이후 처음 20%대로 떨어졌다. 이렇게 정치 리더십이 실종되고 여권 지지율이 추락하면 국정 동력이 상실될 뿐 아니라 경기 침체 위기도 극복할 수 없다. 우리가 글로벌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대통령과 여당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정치력을 복원해야 한다. 특히 국민의힘은 권력 다툼을 접고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새 지도부를 세워야 한다. 여당은 위기 극복을 위한 비전과 정책을 내놓고 국정의 발목만 잡으려는 거대 야당을 설득해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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