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러시아에 억류 중인 여자프로농구(WNBA) 선수 등 자국민 2명을 석방하기 위해 '죄수 맞교환' 형식으로 풀어주겠다고 제안한 인물이 ‘죽음의 상인’ 으로 불린 러시아 무기 거래상으로 알려져 그의 행적이 주목받고 있다.
27일(현지시간) CNN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러시아에 수감 중인 브리트니 그라이너와 폴 휠런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미국에서 복역 중인 빅토르 부트(55)를 돌려보내는 방안을 지난달 러시아에 제안했다.
미 여자프로농구(WNBA) 스타 그라이너는 올 2월 러시아에 입국하는 과정에서 마약 밀수 혐의로 기소됐고, 기업 보안 책임자 출신인 휠런은 2018년 스파이 혐의로 징역 16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이들의 교환 상대로 지목된 부트는 거물급 무기상으로, 영화 '로드 오브 워(Lord of war)’의 실제 주인공으로도 알려졌다.
그는 콜롬비아 좌익 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 무기를 판매하려 한 혐의 등으로 미국에서 재판받아 2012년 징역 25년형을 선고받고 일리노이주 감옥에서 복역중이다.
옛 소련 일부였던 타지키스탄 출신인 부트는 소련이 해체되기 전까지 통역 장교로 근무했다. 이후 사회주의가 무너져 그는 항공 수송업을 하면서 무기 밀매를 시작했고, 어느새 ‘죽음의 상인’이라고 불렸다. 이는 그가 전세계 분쟁지역의 무기 밀매에 깊숙이 관여해 악명 높은 인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부트는 90년대 소련 붕괴 후 옛 소련군의 무기를 빼돌려 시에라리온 등 아프리카 지역에 팔아 60억 달러(약 7조 8800억 원)를 벌었다. 또 시에라리온 내전을 일으킨 라이베리아의 찰스 테일러나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등 독재자들의 공식 무기 공급책으로도 알려져 있다.
미국 정부에서 그는 “무기거래 업계의 도널드 트럼프나 빌 게이츠”로 통했다. 그러나 부트는 “자신은 그저 운송 사업을 하는 사람일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고, 러시아 정부는 부트가 정치적 목적으로 일방적인 피해를 본 기업인이라며 그의 석방을 요구해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이번 주 통화가 예정돼 있다”며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통상 죄수 맞교환에 부정적이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죄수 맞교환에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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