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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 “세운지구도 초고층 ·고밀도 개발"

싱가포르 '화이트사이트' 방식으로 일대 혁신

백지상태서 토지 용도 정하는 개발 모델 적용

현행 국토계획법 배치돼 특례법 제정이 변수

오세훈 서울시장이 30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DB) 주택전시관에서 탄 멍 두이 주택개발청장으로부터 싱가포르 공공주택 정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싱가포르=서울시공동취재단




싱가포르 도심 상업지구 마리나베이에 조성된 주거·업무 복합시설 ‘마리나원’ 전경. 사진 제공=싱가포르 주택개발청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 관계자들과 30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도심에 조성된 주거·업무 복합 시설 ‘마리나원’을 둘러보고 있다. 싱가포르=서울시공동취재단


서울 종로 세운지구 녹지생태도심 조성 사업 예상도. 사진 제공=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본격적인 개발을 앞둔 세운상가에 싱가포르의 개방형 도심 개발 모델인 ‘화이트사이트’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가 추진 중인 규제 완화에서 한발 더 나아간 개발 방식이지만 현행 국토계획법에 배치되는 것이어서 특례법 제정 여부가 사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오 시장은 30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인근에 위치한 주거·업무 복합시설 ‘마리나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싱가포르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마리나원처럼 낙후된 서울 도심을 유연하게 복합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라며 “토지 이용에 규제가 전혀 없는 화이트사이트 모델을 세운상가에 적극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정부가 1995년 도입한 화이트사이트(white site)는 백지 상태에서 토지 개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개발 사업자가 별도의 심의 없이 토지의 용도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어 공간 효율을 극대화하하고 다양한 기능을 부지에 담을 수 있다. 지역 특성과 여건을 반영한 고밀도 복합 개발이 가능해 구도심에 적용할 경우 효율성이 배가되는 방식이다.



이날 오 시장이 방문한 마리나원도 화이트사이트를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싱가포르는 계획 단계부터 용도를 특정하지 않고 사업자가 창의적이면서 유연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전히 풀었다. 이를 통해 주변 마리나베이의 마천루와 어우러지는 수려한 디자인에 용적률 1300%의 고밀도 복합시설이 탄생했다.

화이트사이트는 서울시가 앞서 발표한 ‘비욘드조닝’(beyond zoning)과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 토지 용도의 경계를 허물고 규제를 최소화하며 개발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어 인구 밀도가 높고 개발 여력이 한정적인 도심에 유리하다. 주거·업무·상업 등의 기능 구분이 사라지는 차세대 도심 개발에 최적화된 방식이라는 얘기다.

오 시장은 올 4월 ‘서울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통해 발표한 서울 종로 세운재정비촉진지구(세운지구)에 화이트사이트를 우선 도입할 계획이다. 미국 뉴욕 허드슨야드, 일본 도쿄 미드타운파크처럼 고층 빌딩과 대형 녹지가 공존하는 도심을 만들겠다는 게 서울시의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재 3.7%에 불과한 도심 녹지율을 15%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44만㎡에 달하는 세운지구는 과거 오 시장 재임 시절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돼 통합 개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고 박원순 시장 재임 시 171개 구역으로 잘게 쪼개져 개발 주체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지난 10년간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다. 오 시장은 지난해 말 세운지구를 둘러본 후 시정 연설에서 “세운지구를 보면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개발 계획을 다시 세우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세운지구 총 171개 구역 중 일정 기간 개발이 진행되지 않아 일몰시점이 지난 147개 구역을 다시 20개 내외 정비구역으로 묶어 통합 개발할 계획이다. 종묘와 퇴계로 일대에서 추진되는 선도 사업이 완성되면 홍익대 인근 ‘연트럴파크’(약 3만 4200㎡)의 4배가 넘는 약 14만㎡의 공원·녹지가 세운지구에 조성될 전망이다.

다만 세운지구에 화이트사이트를 도입하려면 기존 국토계획법을 뛰어 넘는 규제 완화와 특례 인정이 필요해 특례법 제정이 필수적이다. 서울시는 특례법이 조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조속히 국토교통부와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또 지역 실정에 맞는 개발 계획이 가능하도록 지자체장에게 권한을 일부 부여하는 방안을 법제화하기 위해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서울시 2030년 글로벌 톱5 도시로 도약하려면 심장부인 도심 기능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릴 복합 개발이 절실하다”며 “중앙정부와 협력해 서울의 경쟁력 확보와 균형 발전, 각종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복합 개발을 실효성 있게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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