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월 21일 법인세·소득세·종합부동산세의 부담을 낮추는 세제개편안을 내놓았다. 세제 개편을 통해 현 정부 임기 말인 2026년까지 약 13조 원의 세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 경감이 ‘부자 감세’라고 주장한다.
역사 경험만큼 엄중한 스승은 없다. 2017년 문재인 정부 당시로 돌아가보자. 문 정부는 ‘증세’와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두 개의 숙원 사업을 해결했다. 그렇게 갖고 싶어했던 창과 칼을 양손에 쥐었으니 경제는 날개를 달았어야 했다. 하지만 2018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2.7%)은 미국(2.9%)보다 0.2%포인트 낮았다. 문재인 정부가 증세를 하는 동안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로널드 레이건 이후 31년 만에 대규모 감세를 단행했다. 엇갈린 길을 간 것이 차이를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율 인하를 부자 감세로 낙인찍고 세율을 올렸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에 인상한 법인세 최고세율 25%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7위 수준이었다. OECD 평균(21.5%)을 크게 앞질렀다.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3.6%)은 OECD 평균(2.8%)을 이미 상당 정도 웃돌아 법인세를 올릴 이유가 없었다.
세계 각국이 법인세율 인하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간명하다. 세수 결손 이상의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법인세율이 낮아지면 근로자의 급여를 올려줄 수 있고 주주 배당 여력도 커진다. 납품 단가를 넉넉하게 쳐주면 협력 업체 직원의 급여도 오를 수 있다. 법인세율 인하로 ‘앞에서는’ 정부 세수가 줄어드는 것 같지만 ‘뒤로는’ 소득세와 배당소득세가 증가할 수 있다. 법인세율 인하가 기업 투자를 촉진하면 경기를 자극할 수도 있다.
민주당이 법인세 인하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법인세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법인세는 ‘세법상’ 대표자가 납부자로 돼 있을 뿐 실제로는 이해관계자가 십시일반해 내는 것이다.
7월 20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그의 지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했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의 절반은 이익이 나지 않아 법인세를 내지 않는다. 상위 1%의 대기업이 법인세의 80% 이상을 납부한다”며 “결국 법인세 감세의 혜택은 삼성전자 등 재벌 대기업 등에 돌아가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법인세율을 낮춰줘도 투자로 연결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두 가지를 묻는다. 하나는 삼정전자 등 대기업이 법인세 80%를 납부해 나머지 기업이 법인세를 낼 만큼 이익을 올리지 못하느냐는 질문이다. 다른 하나는 재벌 기업에 돌아가는 혜택을 재벌 총수가 독식(獨食)하느냐는 물음이다. 지분율 개념이 실종됐다고 봐야 한다. 그는 대표 연설을 한 것이 아니라 증오심을 토해냈다. 기업 투자가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해 무지를 드러냈다.
미국이 미국인 것은 그들에게 국부(國父)가 존재하고 미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애플·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테슬라가 있는 덕이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대접을 받는 것도 ‘한국을 모국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사면초가다. 반기업 정서, 거미줄 같은 규제, 다락같이 높은 법인세율, 노(勞)에 기울어진 운동장에 둘러싸여 있다. 윤석열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비정상적인 법인세율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소득세율을 낮춰 근로 계층의 부담을 줄이고 그들의 근로 유인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철 지난 이념에 함몰돼 있다. 법인세율 인하를 부자 감세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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