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 최초의 신인상은 임성재 프로님이, 아시아 유일의 메이저 대회 우승은 양용은 프로님이 하셨으니 저는 PGA 투어 아시아인 최다 우승을 목표로 삼을게요.”
2년 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진출 계획을 당당히 밝혔던 김주형(20·CJ대한통운)이 자신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섰다. 김주형은 1일(한국 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GC(파72)에서 열린 PGA 투어 로켓 모기지 클래식(총상금 840만 달러) 4라운드에서 9언더파 63타를 몰아쳤다. 최종 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한 그는 단독 7위로 대회를 마쳤다.
전반에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몰아친 김주형은 후반에도 맹타를 이어갔다. 10번 홀(파4)에서는 304야드의 티 샷을 친 뒤 126야드 거리의 두 번째 샷을 홀에 집어넣는 환상적인 이글을 터뜨리기도 했다. 13번(파4)과 17번 홀(파5)에서도 버디를 추가한 그는 이날만 9타를 줄여 톱 10 진입에 성공했다. 김주형이 PGA 투어에서 톱 10에 진입한 것은 지난달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단독 3위에 이은 두 번째다.
PGA 투어 특별 임시 회원 신분인 김주형은 이번 대회 결과로 사실상 2022~2023시즌 출전권을 획득했다. 페덱스컵 포인트 90점을 추가한 그는 417점을 확보해 100위권 초반대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페덱스컵 포인트 순위에서 125위보다 점수가 높으면 다음 시즌 정회원 자격을 얻을 수 있는데 이번 주 열리는 정규시즌 최종전 윈덤 챔피언십에서 김주형이 컷 탈락해 점수를 추가하지 못하더라도 125위권 밖으로 밀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김주형에게 PGA 투어는 어릴 적부터 꿈꿔온 무대다. 여섯 살 때 호주에서 골프 교습을 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골프채를 처음 잡았는데 타이거 우즈(미국)의 경기를 본 열한 살 때부터 골프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필리핀과 태국 등 세계 곳곳을 돌아다닐 때도 PGA 투어 진출 하나만을 생각하며 골프에 매진했다.
김주형은 최고의 무대를 향해 한 단계씩 밟아나갔다. 열일곱 살의 나이로 아시안 투어에서 데뷔한 김주형은 2019년 아시안 투어 파나소닉 오픈에서 역대 두 번째 최연소 나이(17세 149일)로 우승해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투어로 무대를 옮긴 2020년에는 군산CC 오픈에서 프로 최연소 우승(18세 21일)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KPGA 투어 상금과 대상(MVP) 포인트, 평균 타수 등 주요 부문을 휩쓴 데 이어 아시아 투어 상금왕까지 차지해 국내 무대가 좁음을 증명했다.
국내 무대를 뛰면서도 PGA 투어를 향한 꿈을 잃지 않았다. 지난해 2부 투어 탈락이 오히려 자극제가 됐다. 올해는 특별 임시 회원 자격을 얻어 PGA 투어에 직행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정했다. 김주형은 “실력으로도 PGA 투어에서 통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며 “시즌 중에는 몸 관리를 위해 인스턴트 음식도 끊었다. 그 정도로 정말 열심히 했다”고 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PGA 투어 진출을 눈앞에 둔 김주형은 “어린 시절 꿈을 이룬 만큼 꿈만 같다”며 “행복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오늘같이 행복한 날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기뻐했다. 김주형이 2년 전 목표로 밝힌 아시아 선수 최다 우승은 최경주와 마쓰야마 히데키(일본)가 보유한 통산 8승이다.
이번 대회에서 토니 피나우(미국)는 최종 합계 26언더파 262타로 우승했다. 패트릭 캔틀레이(미국) 등 공동 2위 선수들을 5타 차로 따돌린 압승이었다. 지난주 3M 오픈도 제패한 피나우는 2주 연속 정상에 올라 통산 4승째를 달성했다. PGA 투어에서 정규 대회 2주 연속 우승은 2019년 11월 브렌던 토드(미국)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김시우(27)는 15언더파 273타로 공동 14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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