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에서 간호사가 일하던 중에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준비된 의사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뒤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실은 해당 병원에 근무한다고 밝힌 한 누리꾼의 제보로 알려졌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와 서울아산병원 등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 A씨는 지난 24일 새벽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져 본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하지만 수술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A씨는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서울아산병원에 근무한다고 밝힌 B씨는 블라인드에 ‘간호사 병원에서 근무 중 쓰러져서 사망함’이라는 제목의 글을 지난달 31일 올렸다. 블라인드는 회사 이메일로 본인 인증을 해야만 회사와 관련된 글을 작성할 수 있다.
B씨는 "국내 최고, 세계 50위 안에 든다고 자랑하는 병원이 응급 수술 하나 못해서 환자를 사망하게 했다”며 “직원 사고 발생 시 대처 방법을 외우면 뭐하나. 겉모습만 화려한 병원의 현실은 직원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가 아프거나 가족이 아파도 우리 병원(서울아산병원)을 추천하며 진료를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사라졌다”며 “본원에서 치료를 못 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했다는 사실이 더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앞서 블라인드에는 지난 27일에도 “우리 병원 직원이 두통과 함께 쓰러졌는데 남은 인력이 없어서 서울대병원으로 전원시키고 그곳에서 임종을 준비하라는 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A씨를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한 배경에는 당시 서울아산병원 대부분의 의사들이 학회에 참석한 상태여서 당직자를 제외하고는 수술 인력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직원들은 불만 글을 올리고 있다. 블라인드에는 “의사가 쓰러졌으면 어떻게든 수술했을 것”, “피땀 노력으로 일해봤자 간호사는 병원에서 소모품 취급일 뿐, 다들 건강 챙겨가며 일하라”는 등의 반응을 이어졌다.
하지만 의료계 안팎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뇌혈관 수술은 아무나 할 수 없기 때문에 쓰러진 사람이 누구였든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아산병원 측은 “사건을 인지하고 있다. 함께 일했던 동료이자 직원이 회복하지 못해 매우 안타깝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도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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