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동고등학교 2학년 1학기 내신시험 문답지를 해킹한 재학생 2명이 모든 과목에 대해 해킹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문답 유출을 피해 간 과목은 영어가 유일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입건된 대동고 2학년생 2명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이들은 올해 1월 문답지 유출을 공모하고 중간고사 직전(3월 중순~4월 중순)과 기말고사 직전(6월 중순~7월 초순) 13~14차례에 걸쳐 교무실을 침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무실에 침입한 이들은 중간고사 10과목, 기말고사 10과목 등 모든 시험 과목의 문답지를 담당 교사 노트북에서 빼내려고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노트북에 설치된 백신 프로그램을 삭제하고 원격 프로그램을 설치해 해킹을 시도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프로그램은 원격으로 해당 노트북 화면을 캡처하고, 그 파일을 자신의 컴퓨터로 전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화면 캡처를 위해서는 매번 명령어를 입력해야 하는 등 해킹이 여의치 않자 악성코드를 노트북에 심는 방식으로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
악성코드가 수 분 간격으로 노트북 화면을 자동으로 캡처해 파일을 저장해 놓으면 이들이 다시 교무실에 침입해 USB에 담아왔다. USB 용량의 한계 때문에 수많은 파일 중 자신의 시험 문답지만 골라오느라 적게는 2시간, 많게는 4시간 가량 교무실에 머물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교사 노트북이 자리에 없어 악성코드를 심지 못한 경우에는 다른 날 다시 찾아와 악성코드를 심는 등 모든 과목에 대한 문답지 유출을 시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중간고사 과목 중 한국사·지구과학·영어 등 3과목을 빼내지 못했다. 기말고사 때는 영어 1과목 유출에 실패했다.
한국사와 지구과학 과목은 해킹 기간 교사가 시험 출제를 하지 않거나 노트북을 소지한 채 퇴근해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어 과목의 경우 공동 출제 과목으로 담당교사가 2명이지만, 두 교사의 노트북 모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 유일하게 유출되지 않았다.
영어 과목 출제 교사 2명 중 한 명은 다른 교사들과 'PIN 암호 체계'를 사용했으며, 다른 교사의 노트북은 악성코드 파일이 실행되지 않아 화면을 캡처하지 못했다. 이에 피의자 가운데 한 학생은 기말고사에서 40점 대의 영어 성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학교 측의 허술한 시험지 출제·관리 방식도 드러났다.
일부 교사의 노트북에는 시험지 파일이 저장돼 있었고, 시험지 파일에 비밀번호도 설정해놓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두 학생은 이런 시험 문답지의 경우 갈무리 파일 대신 시험지 파일을 통째로 빼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학교에 침입할 당시 작동하지 않은 학교 보안 시설은 올해 1월부터 꺼져있는 상태를 유지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측은 올해 1월 공간 재배치 공사를 하면서 보안 시설 작동을 멈춰놨는데 그 이후 다시 작동된 흔적은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은 이들에게 업무방해와 건조물침입 혐의를 적용하고 원격 프로그램 해킹에 대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추가 적용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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