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가 시작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지난달 암호화폐 시장은 지난 주 랠리를 바탕으로 26.8% 상승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이후 월간 기준 최고 상승률입니다. 비트코인은 비트코인의 월간 상승률도 16.8%였습니다. 지난달 30일 잠시 2만40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6월 12일 이후 처음입니다.
당시 암호화폐 시장은 5월 미국 소비자물자(CPI) 지수가 발표되면서 가라앉은 바 있습니다. 당시는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이 3월을 정점으로 하락할 것이란 시장의 예측이 당시 깨지면서 암호화폐를 비롯한 자산 시장이 급락했던 시기입니다. 이후 6월 CPI도 9.1%를 기록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는데, 현재는 비트코인이 당시 가격도 넘은 것을 보면 일단 암호화폐 시장이 인플레이션 지표 충격에서는 일부 벗어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지난 비트코인 포커스 방송에서 전해드렸 듯 지난 주의 암호화폐 시장의 흐름을 가른 열쇠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였습니다. 지난 시간에 암호화폐 시장의 시각에서 지난주 거시경제 관련 최상의 시나리오는 △연준이 기준 금리를 시장 예상치인 0.75%포인트 인상하고 △이어지는 기자회견에서 '경기 침체를 우려한다'는 메시지를 낸 뒤 △이튿날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현재 암호화폐 시장이 연준의 금리결정에 따른 유동성 변화에 따라 움직이는 만큼 연준이 금리 인상 폭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을 설정한 시나리오였습니다. 기준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오를 수록 시중 유동성이 흡수되고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속도가 빨리지기 때문에 연준이 기준 금리를 인상 속도를 늦출수록, 또는 인상 행진을 조기에 중단할 수록 자산 시장에는 유리한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현재 암호화폐 시장은 개별 암호화폐의 이슈보다 거시경제에 따른 유동성 증감의 영향으로 움직이는 추세가 뚜렷합니다.
그리고 지난 주의 연준 발표와 GDP는 당시 기준 최상의 시나리오에 가깝게 나왔습니다. 우선 연준은 기준금리를 기존 1.5~1.75%에서 0.75%포인트 올린 2.25~2.50%으로 조정했습니다. 그리고 2분기 미국의 GDP는 연율 -0.9%로 마이너스 성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는 2분기 연속 침체 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이 용기를 얻었던 것은 지난주 FOMC 회의 이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 회견 때문이었는데요, 잠시 내용을 짚고 넘어가 보겠습니다.
"통화정책이 더욱 조여졌습니다. 누적되고 있는 정책 조정이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판단해가면서 금리 인상폭의 증가세를 낮추는 것이 적절할 겁니다."
시장이 안도한 부분은 바로 이 발언이었습니다. 앞으로 나오는 각종 인플레이션 수치, 고용수치 등을 본 뒤 9월에도 0.75%포인트라는 큰 폭의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다는 조건을 붙이긴 했지만, 시장은 '금리 인상폭의 증가세를 낮추는 것이 적절하다'라는 부분에서 시장은 '더 이상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쪽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 결과 주식시장과 암호화폐 시장의 동시 랠리가 3~4일간 이어졌습니다. 다만 주말 들어 암호화폐 시장은 다시 가라앉고 있습니다. 이는 거시 환경이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인데요, 오히려 지난 주 연준이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했기 때문에 시중의 자금 여건은 더 악화된 것입니다. 파월 의장이 던진 완화적 발언의 효과는 3일 가량의 생명력이지만, 결정된 기준금리 인상효과는 장기적입니다. 게다가 인상폭의 문제일 뿐 9월에도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사실은 명백합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경제 전반의 자금 조달은 더욱 어려워졌으니 암호화폐 시장으로 유입되는 투자금도 줄어들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실제 금융기관의 전망도 전반적인 하락 흐름을 뒤집기에 최근의 랠리는 힘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센틱스의 패트릭 허시 매니징 디렉터는 "암호화폐 가격이 회복하고 있지만 바닥을 쌓아간다는 확신은 없다"며 "여러 지표를 살펴보면 전반적인 비트코인 환경은 비우호적으로 흐르고 있고 이달 중 또 다른 하락장(another bear attack)을 전망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시장 심리가 좋지 않다는 점은 기본으로 염두에 둬야겠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의 투자자 군중 심리를 나타내는 지표 중의 하나인 암호화폐 공포&탐욕 지수를 보면 현재 33으로 여전히 공포 수준입니다. 이 지수는 주식시장에서 쓰이는 CNN 마켓 공포&마켓 지수를 응용한 수치인데요, 1~100 사이 범위로 1에 가까울 수록 공포, 100에 가까울 수록 탐욕을 나타냅니다. △0~24 =극도의 공포 △25~49= 공포 △50~74=탐욕 △75~100은 극도의 탐욕입니다. 극심한 공포 시기일 수록 매도가 많기 때문에 가격을 낮춘다고 합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공포시기가 매수 기회가 되기도 한다는 해석도 있긴 합니다만, 현재 투자자들의 심리가 투자에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은 명백합니다.
다만, 이 지수는 지난달 중순 만해도 6으로 극도의 공포였습니다. 지난 달보다 현재 투자 심리가 상대적으로 좋아진 점은 분명합니다. 이렇게 조금씩 투자 심리가 살아나면서 투자자들은 암호화폐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나은 종목을 찾으려는 노력도 커지는 것 같습니다. 이는 주식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데이터 트랙의 니콜라스 콜라스는 “최근 몇 주 동안 주식 시장은 소형주가 대형주를 능가하고 나스닥 지수가 S&P 500을 능가하는 전형적인 ‘위험 부담’ 추세가 반영됐다”고 지적합니다. 극도의 공포일 때야 개별 종목이 좋든 나쁘든 일단 한발 물러서는 것이 상책이지만, 일부에서라도 '투자에 나서볼까'라는 생각을 한다면 옥석을 가리려는 시도가 생기게 마련이니까요.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 최근 이더리움의 행보입니다. 6월 30일 1017 달러 에서 7월 30일 1703달러로 한 달 수익률이 약 67.4%에 이릅니다. 가격 뿐 만이 아니라 거래량도 비트코인을 넘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디지털자산 데이터 기업 카이코가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주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의 거래량 점유율이 사상 처음으로 뒤집혔습니다.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이더리움의 거래량이 비트코인과 동률을 이루는 패리티가 이뤄졌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만큼 이더리움에 대한 관심이 암호화폐 투자 시장에서 커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더리움의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머지(merge)' 이슈 때문입니다. 개별 종목의 실적 발표가 없는 암호화폐 시장 내에서는 근래 보기 드문 개별 이벤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내용을 간략히 짚어 보면, 머지 업그레이드의 핵심은 이더리움의 채굴 구조를 작업 증명(PoW)에서 지분 증명(PoS)로 전환하는 내용입니다. 작업 증명은 채굴자들이 ‘누가 누가 더 많은 컴퓨팅 파워를 동원하느냐’하는 일종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같은 성격이라면, PoS는 이더를 많이 예치해 놓는 예치량에 비례해서 블록을 생성하고 이에 따른 보상으로 신규 발행 코인을 채굴자에게 주는 구조입니다.
일단 현재 비트코인을 향한 가장 큰 비판 중 하나가 채굴기를 돌리면서 전력 소모가 심하다는 점인데요, 이게 어느 정도냐면, 유럽 의회에서 PoW 방식의 코인의 거래는 금지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더리움 재단에 따르면 PoS로 전환하면 지금보다 전력 소비가 99.95% 줄어든다고 하니 ESG 관련 수요에 부합하고 환경 논쟁에서 자유로워지게 됩니다.
또 다른 영향으로는 이더의 공급이 줄어들게 됩니다. 이더의 공급은 비트코인처럼 미리 몇 개를 발행할 지 정해져 있지 않은데, 이론적으로 무제한 발행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결론적으로 머지 발행 이후에는 하루 공급량이 1만2000이더 가량에서 1200이더로 줄어듭니다. 앞서 단행한 또 다른 업그레이드에서 수수료의 일부를 소각해 없애는 것을 고려하면 최종적으로 공급량이 마이너스가 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이라는 점을 고려해 투자자들은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예상해 최근 이더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통상 개별 이슈는 거시 경제 상황을 뒤집기는 어렵습니다. 당장 지난 주 암호화폐 시장이 상승장에 있을 때는 이더의 상승세가 돋보였지만, 이날 시장 전체가 하락으로 돌아서자 비트코인 보다 더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예정된 거시 경제 지표 가운데 시장에 직접 영향을 줄만한 발표는 인플레이션입니다. 이번 주는 인플레이션 발표는 없습니다. 다만 연준의 정책 행보에 영향을 주는 미국 고용보고서가 예정돼 있습니다. 한국 시간 5일 오후 9시 30분 미국 고용보고서가 나오는데요, 일단 미국의 실업률은 현재 3.6%로 코로나19 팬데믹 직전 역사상 최저 수준이었던 3.5% 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고용이 탄탄하면서, 동시에 일을 할 사람은 거의 다 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연준이 금리 인상폭을 높이면 경제는 둔화되는데, 연준은 단순 경기 하락보다 실업을 심각하게 유발하는 상황을 경계합니다. 연준의 핵심 명제가 '고용을 유지하면서 물가를 잡는다'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실업률 전망치는 3.6%입니다. 그리고 농업을 제외한 고용자수 증가는 지난 주 37만2000명보다 줄어 25만명 수준이라는 예상치가 나옵니다. 만약 예상치보다 실업률이 더 치솟고, 고용자수가 더 줄어들면, 연준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겠습니다. 시장의 시각에서는 연준이 금리 인상폭을 더 늘리지 못하겠구나 하는 안도 심리가 커질 것 같습니다. 예상치에 준하는 수준이라면, 현재의 시장 흐름에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이날 고객들을 대상으로 보낸 메모에서 "7월의 S&P500 지수의 상승은 베어마켓 랠리로 보고 있다"며 "1929년 이후 8월과 9월은 전통적으로 주식에 약한 달이고, S&P 500의 목표 가격을 3600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늘 지수가 4118.63에 마감했으니 상당 수준 떨어진다는 예측이네요. 최근 주가와 암호화폐 시장의 연관성은 작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암호화폐 투자자들도 염두에 둘만한 내용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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